계획대신 즉흥으로 채운 연휴

시 '기대와 환상'에 대하여

by박헤디

기대와 환상


기대의 길이를 따라

환상은 풍선처럼 몸집을 부풀리고


키워진 환상은 시야를 막는다


환상에 가려진 채 걷고 걷다

끝내 도착한 기대의 끝엔


너무나 보잘것없고 형체도 희미한 무언가


그제야 놀리듯 밝아지는 시야




연휴의 끝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연휴를 시작하기 전, 나는 '연휴 동안 볼 영화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동안 귀찮음과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둔 영화들을 볼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정작 연휴가 시작되자 영화에 손이 가지 않았다.

쭉 나열된 영화 제목을 봐도 리스트를 만들 때의 설렘은 느낄 수 없었다.


'영화 봐야 하는데'만 반복하다 결국 연휴가 지나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리스트에 있는 영화 대신 제목에 이끌린 영화를 보았고,

친구와 게임을 했으며 동생과 수다를 떨었다.


계획대신 즉흥으로 채운 연휴가 끝났다.

리스트에 있는 것들 중 단 한 편의 영화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볼걸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무엇을 하든 아쉬움이 남았을 연휴.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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