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거야 쾅!

시 '독단적 가사'에 대하여

by박헤디

독단적 가사


독단적인 선율에

즉석으로 가사를 붙여


공기 중에 떠다니던 제목은

가사에 달라붙는다


세월이 흘러도

그 선율만 들리면

입은 가사를 중얼거리고

머릿속을 채우는 그날의 공기




어떤 기억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중학교 3학년 2학기 음악 수행평가는 조금 독특했다.

클래식 음악 20곡의 초반 15초만 듣고 곡의 제목과 작곡가를 적어내는 것이었다.


사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쉽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20개의 곡을 구분해 내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교향곡 몇 번 몇 악장', '협주곡 몇 번 몇 악장'이라는 제목의 연속이었다.


특히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이라는 제목이 도무지 외워지지 않았다.


수행평가가 가까워오자 반에서는 쉬는 시간만 되면 20개의 곡이 무한 재생되었다.

그때쯤 되니 첫 음만 듣고도 곡명과 작곡가 이름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이 흘러나오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피아노 협주곡 1번 3악장인가?

아니야, 2번 1악장인가?


숫자가 뒤죽박죽이었다.


그때 반 친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자기도 이 곡의 제목을 외우기 힘들었는데, 자신만의 암기 방법을 만들었더니 바로 외워버렸다고 말했다.


"이 노래 잘 들어 봐. 완전 독단적이야. 마치 '다 내 거야!'라고 소리치며 바카라상을 주먹으로 쾅 내려치는 것 같지 않아?

1번 1악장이면 고집쟁이 같잖아. 노래를 듣자마자 떠오르는 모습이랑 제목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꽤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다시 곡을 들어보니 정말로 그랬다.

'다 내 거야 쾅!'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순간 내내 헷갈리던 제목이 단숨에 외워졌다.


9년이 지났다.

나는 가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을 틀어본다.

그때의 기억이 흐려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들을 때마다 더욱 선명해진다.

첫 음이 연주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다 내 거야 쾅!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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