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투명한 마음'에 대하여
투명한 마음
실타래가 이리저리 꼬여도
손짓 몇 번에 풀리니
참 좋은 하루였다
작은 말다툼이 이어져도
사과 한 번에 웃음을 주고받으니
참 좋은 하루였다
투명한 마음이 자꾸만 탁해져
닦아내고 싶어도 얼룩은 여전하니
참 좋은 어른일까
어릴 적 썼던 일기를 펼쳤다.
삐뚤빼뚤한 글씨의 끝엔 늘
'참 재밌는 하루였다.'라고 적혀있었다.
내용을 보면 재밌어 보이진 않는다.
숙제를 하지 않아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친구와 싸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런 안 좋은 감정들은 반나절도 가지 않았다.
다음 수업 때 열심히 발표해 선생님께 칭찬을 듣고,
친구와 쉽게 화해했다.
왜 지금은 그게 안 될까?
한 번 시작된 부정적 감정들은 적게는 하루를, 많게는 일주일을 잡아먹기도 한다.
낮은 자존감이 나에 대한 피드백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지질한 자존심이 '미안해'라는 한 마디를 막는다.
하루하루 시간을 따라 살면 저절로 성숙해지는 줄 알았다.
조금 더 능숙하게 갈등을 해결하고, 문제를 풀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점점 유치해지는 내 모습에 마음이 복잡하다.
힘든 일이 있어도,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생겨도,
'참 재밌는 하루였다.'로 하루를 정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의 좋은 점을 굳이 찾아내어
억지로라도 일기의 마지막을 꾸며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