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기록의 사원'에 대하여
기록의 사원
시간 위에 홈을 파고
그 자리에 뼈를 세워
높게 세워진 기둥 사이로 들어가면
기록으로 가득 찬 방
벽마다 기록으로 파인 홈은
굴곡마다 햇빛을 반사하고
방을 나서면
끝없이 솟은 뼈들
글에 기억을 녹여본다.
보관함엔 5개에서 6개의 글이 늘 저장되어 있다. 가끔 생각이 나면 한 번씩 보관함 속 글을 읽어본다.
각 글마다 글을 쓸 당시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분위기였는지 생생히 기억난다.
여름에 관한 글을 읽으면 올해 여름의 더위가 떠오르고, 불안에 관한 글을 읽으면 어떤 종류의 불안이었는지 떠오른다.
글을 쓸 땐 생각과 경험을 최대한 녹이라던 국어 선생님의 말씀이 들리는 듯하다.
그래서 글을 쓸 땐 내 감정과 기억을 최대한 녹인다.
매분 매초 쌓이는 기억 중에 굳이 하나를 골라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강렬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글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 글이라도 고칠 곳이 가득해 보이고,
글의 구조나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러나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고칠 부분이나 부끄러운 부분을 발판 삼아 다음 글을 쓸 땐 최대한 실수를 줄여본다.
바람이 선선하고 햇빛 강한 이 계절을 좋아하기에 글에 녹여본다. 다음 여름, 그 어느 여름에 글을 돌아볼 때 계절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