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적당한 변주'에 대하여
적당한 변주
피아노에 손을 올려
악보를 따라 손가락을 누른다
검은 음표는 소리가 되어 귀에 녹아들지만
눈은 자꾸만 다른 건반을 바라봐
내 맘대로 음표를 바꿔본다
영 나쁘지만은 않은
적당한 변주
일상은 쉽게 단조로워진다.
삶은 영화와 달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는 일정하다.
아침에 일어나고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고
점심을 먹고
다시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루의 해는 산 아래로 사라져 있다.
나는 변화에서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단조로운 삶이 영 나쁘지만은 않다.
어쩔 땐 이런 단조로움이 나에게 성취감을 주기도 한다.
오늘 하루도 계획을 이행했다는 성취감과 어쩌면 내일도 해낼 것 같다는 예감.
사실 이런 나날이 좋다가도 꽤 오래 반복되면 삶에 대한 권태를 느낀다.
그럴 땐 날을 잡고 떠나본다.
어느 날엔 버스를 타고 서울에 놀러 가보기도 하고,
어느 날엔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근처 공원을 무작정 걸어보기도 하고,
어느 날엔 노트북을 챙겨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보기도 한다.
너무 강하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새로운 하루.
그 하루를 보내며 나는 또 단조로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