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다시 또 한 번'에 대하여
다시 또 한 번
늘어지는 몸을 일으켜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걸음
냄새부터 나를 유혹하니
점점 빨라지는 걸음
불은 꺼지고
외침 하나가 귀에 꽂히니
아 이런 마음이었지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사실 올해 초까진 영화관에 자주 가지 않았다.
귀찮아서.
시간이 없어서.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영화관 가는 걸 미뤘다.
그럴수록 점점 내가 왜 영화를 좋아했는지,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심장이 뛰었는지 희미해져만 갔다.
그러다 두 달 만에 동생과 영화관에 갔다.
익숙한 팝콘 냄새가 복도 반대편까지 진동했다.
한두 번 방문한 것도 아닌데 여전히 영화관 입구부터 가슴이 설렜다.
늘 그렇듯 키오스크에서 티켓을 출력하고, 안경을 닦고.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진행됐다.
입장 시간까지 기다렸다 무거운 상영관 문을 열었다.
익숙한 냄새를 맡으며 딱딱함과 푹신함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의자에 앉았다.
영화관에 왔다는 설렘뿐이었지, 영화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광고를 보다 지루해질 때쯤 동생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불이 꺼지고, 영화사 로고가 튀어나왔다.
두어 개의 로고가 지나가자 곧바로 검은 화면이 나왔다.
그 순간 상영관 전체를 울리는 음유시인의 외침.
그 한순간이 영화에 대한 사랑을 돌려줬다.
단 한마디가 나를 고대 그리스로 데려갔다.
상영 시간이 세 시간 가까이였지만,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압도하는 소리와 화면에 심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영화관을 나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느낀 이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로 귀찮음을 미뤄두고 영화관으로 향한다.
마음이 다시 식지 않도록, 영화를 계속 사랑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