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새로운 일기장'에 대해
새로운 일기장
새 일기장은 빈칸으로 가득 차 있어
알록달록 꾸며본다
하루를 해치우며 살다 보니
어느새 잔뜩 쌓인 먼지
새로운 마음으로 바카라상을 정리하다
바카라장 한쪽에 꽂힌 일기장을 펼쳐보면
얼굴만 화려한 일기장
내 신년계획엔 늘 '일기 쓰기'가 포함되어 있다.
올해 계획에도 역시나 '매일 일기 쓰기'가 있었다.
대형 문구점에 들러 일기장을 고르는 순간도 설레고, 그 안을 꾸밀 스티커를 고르는 과정도 설렜다.
2월 중순까지 달력 부분은 최대한 알록달록 꾸미고, 일기도 매일 썼다.
이 정도면 올해는 일기장을 끝까지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유 모를 자신감도 올라왔다.
그러다 2월 말이 되면서 잠시 미뤄둔 귀찮음이 천천히 몰려왔다.
핑계는 다양했다.
너무 피곤해서,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등
갖가지 핑계로 일기의 간격은 점점 벌어졌다.
가끔 일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대부분 선명한 감정을 느낀 날이거나 강렬한 경험을 한 날이다.
한 페이지 가득 일기를 쓰고 나면 손목이 아파온다.
그럼에도 빼곡한 글씨를 보면 괜히 뿌듯한 마음에 다음 날에도 일기를 쓸까 잠시 고민하게 된다.
물론 그 다짐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
노트북을 보다가 잠시 고개를 들면 일기장이 보인다.
일부러 시야에 가장 많이 걸리는 그곳에 일기장을 꽂았다.
오랜만에 일기를 쓸까 하는 마음이 들어 펜을 든다.
날씨는 흐림. 첫 문장엔 늘 그렇듯 이렇게 적어야지.
'참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