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해야지

시 '거대한 벽'에 대하여

by박헤디

거대한 벽


저기 저 앞에

고개를 꺾어야 보이는 거대한 벽과 닮은 무언가


내가 어떻게든 넘어갈 산인지

나를 휩쓸어버릴 파도인지



이젠 도망치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나 스트레스가 예상되는 상황을 앞두면 불안이 시작된다.

하루가 그 변화나 상황으로 가득 채워지고, 다른 생각들은 떠오르지 않는다.


도망갈까?

지금이라도 포기할까?

회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차오른다.


대학교 3학년 때였다.

복학하자마자 부전공을 신청한 나는, 모든 시간표를 부전공 강의로 채워야 했다.

4학기 동안 42학점을 채워야 하는 상황.

본전공의 이수학점도 남은 상태라 자칫하면 추가학기를 다녀야 했다.


생전 처음 접하는 강의명에 마음엔 부담이 쌓였다.

시간이 갈수록 부전공 신청을 취소하고 싶다는 마음이 선명해졌다.


마음이 더욱 짙어지기 전 한 마디를 뱉었다.

'그럼에도 해야지. 해내야지.'


마법의 한 마디다.


불안해도, 긴장돼도, 도망가고 싶어도 해야지.

내가 선택한 길이면 일단은 해내야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문장을 되뇌면 용기가 생긴다.


아직도 새로운 상황이나 변화 앞에선 긴장과 불안이 찾아온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 다시 한번 되새긴다.

그럼에도 해야지. 해내야지.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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