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술, 다른 선택을 한 네 나라의 풍경 — 글로벌 재생의료 레이스
육상 트랙에 네 명의 주자가 서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출발 신호는 같습니다.
4편에서 본 노벨상 두 번(2012년과 2020년)이 출발 총성이 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트랙을 뛰고 있는데도, 네 나라가 선택한 달리는 방법이 다 다릅니다. 어떤 나라는 ‘속도’에 베팅했고, 어떤 나라는 ‘국가 전략’에 베팅했고, 어떤 나라는 ‘규제 혁신’에 베팅했고, 또 어떤 나라는 ‘시장 규모’에 베팅했습니다.
이번 편은 그 네 나라의 풍경을 차례로 들여다보는 글입니다.
미국, 일본, 영국, 중국
같은 첨단재생의료를 두고 어떻게 다르게 달리고 있는지 살펴보면, 한국이 어디쯤 와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미국은 한 줄로 정리하면 “신속과 혁신”의 나라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첨단재생의료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이 이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16년 12월 13일, 「21세기 치유법(21st Century Cures Act)」 제정이 계기였습니다.
이 법은 중증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세포·유전자·조직공학치료에 대해, 신속한 개발·심사·허가를 지원하는 RMAT(재생의료 첨단치료) 지정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한 번 RMAT 지정을 받으면 신속 개발 프로그램(패스트 트랙·획기적 치료제 지정·가속 승인·우선 심사)의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결과는 눈에 보입니다.
2017년 세계 최초의 CAR-T 치료제 킴리아·예스카타 승인,
2019년 졸겐스마,
2023년 12월 세계 최초 CRISPR 치료제 카스게비,
2024년 세계 최고가 치료제 렌멜디(약 57억 원)
모두 미국 FDA가 가장 먼저 승인했습니다.
투자 규모도 압도적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18년 기준 줄기세포 분야에만 약 2조 1,521억 원을 투자했고, 바이오 분야 정부 R&D의 10% 이상(약 4조 원)을 재생의료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만든 또 하나의 특별한 제도가 있습니다.
2018년 제정된 「치료받을 권리법(Right to Try Act)」
생명이 위협받는 말기 환자가 FDA 승인을 받지 않은 치료제라도 임상시험에서 일정 정도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됐다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다만 이 제도는 일본의 자유진료처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예외적·제한적 접근만을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양자가 비슷해 보여도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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