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가 더럽다는 건 알겠는데, 교체할 정도인지는 몰랐다.
정비사가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주름이 촘촘하게 잡힌 네모난 필터가 들려 있었다. 접힌 틈마다 먼지가 끼었고 작은 나뭇잎 조각도 보였다. 방금 내 차에서 꺼낸 것이라고 했다.
“에어컨 필터도 많이 더러워졌는데, 교환할까요?”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가까이서 보니 먼지가 더 잘 보였다. 그렇다고 판단이 더 잘되는 것은 아니었다. 저 정도면 당장 갈아야 하는지, 조금 더 써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언제 갈았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일단 내가 물을 수 있는 것을 물었다.
“얼마예요?”
금액을 듣고 잠깐 생각했다. 예상했던 지출에 그만큼이 더해졌다.
“네, 같이 갈아주세요.”
정비사는 필터를 들고 다시 작업장으로 나갔다. 나는 식어가는 종이컵을 집었다. 엔진오일을 갈러 왔다가 필터도 갈게 됐다. 차를 맡길 때까지는 오늘 할 일이 하나인 줄 알았다.
그 카센터에는 세 번째였다.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워서 갔고, 다음에는 전에 가봤으니까 갔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였다. 처음 가는 곳을 찾아보고 어디에 차를 세워야 할지 살피는 일이 줄었다. 차를 입구에 대고 엔진오일을 갈러 왔다고 말하면 키를 받아갔다. 나는 대기실로 들어왔다.
정비사의 얼굴은 익숙했다. 이름은 몰랐다. 그 사람도 나를 기억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차 번호를 확인하고 얼마나 탔느냐고 물었다. 나는 계기판을 보고 와서야 대답했다. 매번 운전대 너머로 보는 숫자인데 차에서 내리면 잊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