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끝났는데

byCOSMO

말을 걸지 말아 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래 걸은 것도 아닌데 몸이 무거웠다. 지하철역으로 가다가 길가에 서서 택시를 불렀다. 집에 가면 씻는 것보다 눕는 일이 먼저일 것 같았다.


뒷문을 열고 인사를 했다. 기사님이 목적지를 확인했고, 나는 맞다고 대답했다. 안전벨트를 매고 가방을 옆에 내려놓았다. 차 안은 따뜻했고 방향제 냄새가 옅게 났다. 좌석에 몸을 묻자 다리부터 풀렸다. 내비게이션에는 삼십 분쯤 걸린다고 나왔다. 그동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낮에도 제법 쌀쌀하네요.”


“네, 그러네요.”


“아침에는 더 추웠어요. 이제 옷을 좀 두껍게 입어야겠어요.”


“네.”


두 번째 대답이 첫 번째보다 짧았다. 말하고 나니 너무 짧았나 싶었다. 끝에 웃음이라도 붙일 걸 그랬다. 그렇다고 이미 나온 ‘네’를 다시 주워다 고칠 수도 없었다.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사님은 더 말하지 않았다.


상가 간판들이 지나가고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사람들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버스가 올 쪽을 보고 서 있었다. 목도리를 두른 사람도 있었다. 차는 정류장을 지나 다음 신호 앞에 섰다. 바라던 대로 됐는데 편하지가 않았다. 룸미러를 봤다. 기사님의 눈이 잠깐 보였다가 거울 밖으로 사라졌다. 도로를 살피는 것이겠지만, 방금 내 표정도 봤을까 싶었다. 내가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생각보다 매정했을지도 몰랐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COSMO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0과 1 사이, 낭만이란 버그를 심다

2,00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8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3화강아지는 올라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