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에 앉으려는데 양옆에서 팔꿈치가 움직였다.
평일 낮 지하철이었다. 볼일이 있어 나가는 길이었다. 서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자리는 거의 찼다. 긴 의자 가운데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의자에는 자리마다 옅은 선이 나 있었는데, 양쪽에 앉은 사람의 외투가 그 선을 조금씩 넘어와 있었다. 앉을 수 있을지 잠깐 가늠했다. 몇 정거장 더 가야 했다. 서서 가기에는 다리가 아프고, 앉기에는 어깨가 걸릴 것 같았다.
내가 돌아서서 앉으려 하자 왼쪽 사람이 눈을 감은 채 팔을 몸에 붙였다. 오른쪽 사람은 무릎 위에 비스듬히 놓였던 가방을 바로 세웠다. 나는 외투 자락을 엉덩이 밑으로 모아 넣고 앉았다. 양쪽에서 한 뼘씩 움직여준 덕에 들어갈 만했다.
고개를 작게 숙였다. 오른쪽 사람은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고, 왼쪽 사람은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나는 가방을 무릎에 올리고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았다. 어깨는 여전히 닿았다. 외투끼리 스치는 정도여서 더 피할 곳도, 피할 필요도 없었다.
열차가 출발하자 나도 휴대전화를 꺼냈다. 가방을 뒤적이는 동안 오른쪽 팔꿈치가 벌어졌다. 옆사람이 팔을 당겼다. 내가 밀고 있었다. 앉을 때는 남의 팔꿈치가 내 자리에 와 있는지 살폈는데, 내 것은 가방 안에서 휴대전화를 찾느라 바빴다.
팔을 거두고 화면을 켰다. 새로 온 알림은 없었다. 그래도 잠금을 풀었다. 지하철에 앉으면 특별히 볼 게 없어도 일단 휴대전화를 본다. 맞은편 사람을 계속 바라볼 수는 없고, 검은 창에 비친 내 얼굴도 오래 보고 싶지는 않았다.
오른쪽 사람의 화면이 잠깐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가 나오는 영상이었다. 작은 개가 소파에 올라가려다 미끄러졌다. 다시 뛰려고 몸을 낮췄다. 나도 모르게 다음 장면을 기다렸다. 개가 뛰기 직전에 시선을 거뒀다. 올라갔는지 또 미끄러졌는지는 끝내 모른다. 내 휴대전화에는 조금 전 열어놓은 날씨 화면이 그대로 떠 있었다. 남의 강아지를 보느라 내가 갈 곳의 날씨는 읽지도 않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