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잡아줬더니 사람이 뛰어왔다.
상가 건물을 나서던 참이었다. 문을 밀고 뒤를 보니 복도 저쪽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바로 뒤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못 본 척 놓기에는 이미 눈이 마주쳤다. 나는 문 옆으로 비켜서서 손잡이를 잡았다. 급한 일도 없었고, 잠깐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유리문은 저절로 닫히는 종류였다. 위쪽에 경첩 장치가 붙어서 손을 떼면 천천히 돌아간다. 열어둔 상태로 붙들고 있으면 그 힘이 손목에 계속 걸린다. 처음에는 가벼운데 몇 초가 지나면 팔이 조금씩 뻐근해진다.
그 사람이 걸음을 재촉했다. 처음에는 보폭만 커지더니 마지막 몇 걸음은 거의 뛰었다. 어깨에서 가방이 흘러내리자 팔꿈치로 끌어올렸다. 천천히 오셔도 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말은 하지 않았다. 복도 건너편까지 들리게 외칠 일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은 문을 지나 왼쪽으로 갔고, 나는 반대쪽으로 걸었다. 누군가를 도왔고 인사도 받았다. 그런데 어깨에서 가방이 흘러내리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문은 내가 열었는데 바빠진 쪽은 그 사람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런 문 앞에서는 뛰었다.
멀리서 누군가 문을 잡고 기다리면 발부터 빨라졌다. 상대는 가만히 서 있는데, 나는 괜히 늦은 사람이 되었다. 몇 시에 만나기로 한 것도 아니고 오라고 부른 것도 아닌데, 남은 몇 걸음이 급했다.
“괜찮아요. 천천히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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