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봉지를 들고 있는 사람을 한참 봤다.
저녁거리를 사러 간 마트였다. 카트에는 우유와 두부가 들어 있었고, 나는 라면도 하나 담을까 싶어 그쪽 통로로 들어섰다. 맞은편에 누가 서 있다. 검은 패딩을 입고 한 손에 장바구니를 들었다. 다른 손으로는 진열대에서 꺼낸 봉지를 뒤집어 읽는 중이었다. 아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봤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걸음을 늦췄다. 얼굴은 분명한데 그 얼굴이 놓여 있던 자리가 붙지 않았다.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인가. 예전에 같이 일했나. 몇 해 전 모임에서 봤나. 후보를 하나씩 대보는데 어느 것도 들어맞지 않았다. 이름이 생각날 듯 말 듯할 때와 비슷한데, 이건 이름보다 앞선 자리가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쪽은 나를 보지 않고 봉지 뒷면만 보고 있었다. 나는 카트 손잡이를 쥔 채 천천히 다가갔다. 모르는 사람을 이렇게 오래 쳐다보면 안 되는데, 아는 사람일 것 같아서 눈을 거두는 것도 늦었다.
편의점이었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자주 보던 사람이다. 그걸 알아내고 나니 조금 전까지 낯설던 얼굴이 금방 익숙해졌다. 눈썹도 입도 그대로인데, 어디에 두어야 할 얼굴인지 알고 나서야 제대로 보였다.
그 편의점에는 일주일에 몇 번씩 간다. 우유가 떨어졌을 때, 밤에 쓰다가 입이 심심할 때, 물건 하나 사는 핑계로 잠깐 밖에 나가고 싶을 때도 간다. 살 게 없어서 냉장고 앞을 돌다가 작은 과자 하나만 들고 나온 적도 있다. 문을 열면 인사가 들린다. 계산대에는 다른 사람이 서 있을 때도 있지만 저 얼굴을 보는 날이 많다. 편의점 로고가 붙은 조끼를 입고, 물건을 올리면 손을 뻗는다. 바코드가 아래로 가 있으면 뒤집고, 두 개가 겹쳐 있으면 하나씩 떼어 찍는다. 잘 안 읽히면 각도를 조금 틀어 다시 댄다. 나는 그동안 카드를 꺼낸다.
"봉투 필요하세요?"
"괜찮습니다."
대개 한두 개만 사니 손에 들고 나올 만하다. 카드 단말기에서 빼라는 소리가 나면 카드를 빼고, 물건을 챙기며 고개를 숙인다. 그 사람도 짧게 인사를 한다. 말을 많이 섞은 적은 없다. 이름도 모른다. 처음부터 알고 싶었던 것도 아니어서,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할 일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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