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릿해요, 지끈거려요?"
"지끈거려요. 관자놀이 쪽이요."
두통약 하나 달라고 했을 뿐인데 질문이 돌아온다. 이 약국에서는 늘 그렇다. 아프다고 하면 어떻게 아픈지를 먼저 묻는다. 찌릿한 것과 지끈거리는 것이 다른 약으로 이어지는 모양인데, 처음에는 그 구분을 몰라서 대답이 늦었다. 무슨 차이인지 머릿속으로 더듬다가 결국 그냥 아파요, 하고 말았다. 지금은 묻기 전에 먼저 말할 때도 있다. 몇 번 다니면서 내 두통이 어느 쪽인지 알게 됐다.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약국이다. 유리문을 밀면 소독약 냄새와 종이 상자 냄새가 섞여서 난다. 벽 쪽 선반에는 파스와 밴드와 영양제가 칸칸이 들어찼고, 안쪽 조제실 앞에 약사가 혼자 앉았다. 약상자를 정리하거나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문소리에 고개를 든다. 몇 해째 다니는데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선 걸 본 기억이 없다.
가는 시간은 대개 늦은 오후다. 종일 화면을 보다 보면 그쯤 머리가 조여 온다. 처음엔 눈이 뻑뻑해지고, 그다음 목덜미가 굳고, 마지막에 관자놀이가 욱신거린다. 순서가 늘 같아서 눈이 먼저 오면 오늘도 가겠구나 싶다. 참고 넘기는 날도 있는데 원고가 안 풀리는 날이 겹치면 못 참는다. 그럴 때 슬리퍼를 끌고 나간다. 멀지 않아서 옷을 갈아입지도 않는다.
사는 건 늘 비슷하다. 두통약, 인공눈물, 가끔 파스. 계절이 바뀌면 그 비율이 달라진다. 겨울에는 난방 때문에 눈이 말라서 인공눈물이 늘고,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 아래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어깨가 결려서 파스가 는다. 두통약은 계절을 안 탄다. 그러니까 저 약사는 내가 언제 어디가 고장 나는지를 동네에서 제일 정확하게 안다. 나보다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나는 지난달에 두통약을 몇 번 샀는지 세어본 일도 없다.
카운터 위에는 유리 진열장이 놓였고 그 안에 작은 상자들이 줄지어 섰다. 약사는 그 너머에 선다. 흰 가운 왼쪽 가슴에 명찰이 달렸다.
이름을 안다. 세 글자다.
일부러 본 건 아니다. 마주 서면 눈높이 바로 아래라 보지 않으려 해도 들어온다. 처음에는 글자 모양만 봤고, 몇 번 다니다 보니 소리로 읽혔고, 어느새 외워졌다. 언제 외웠는지는 모른다. 한 번도 불러본 적은 없다.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이름은 안 나온다. 두통약 하나 주세요, 그게 첫마디고 감사합니다가 끝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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