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나면 하천변으로 나간다. 글이 안 풀린 날일수록 나간다. 앉아서 버텨봐야 화면만 보고 있게 되니 차라리 걷는 편이 낫다. 프리랜서로 일하면 하루가 뭉개진다. 출근도 퇴근도 없으니 일이 끝나는 지점이 따로 없고, 저녁을 먹고 나서도 아직 안 끝났다는 감각이 남는다. 걷는 동안에는 그게 잠깐 멈춘다. 원고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앉아서 하는 생각과 걸으면서 하는 생각은 결이 다르다.
하천을 따라 산바카라로가 길게 나 있다. 한쪽은 물이고 한쪽은 둑이다. 가로등이 고른 간격으로 서 있는데 사이사이가 조금 어둡다. 밝았다가 어두워지고 다시 밝아지는 구간을 반복해서 지난다. 이 시간에는 사람이 적당히 있다. 뛰는 사람이 지나가고 자전거가 벨을 울리며 지나간다.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도 있고 둘이 나란히 걷는 사람도 있다. 이어폰을 낀 사람이 대부분이라 발소리 말고는 조용하다. 스쳐 간 사람은 대개 한 번 보고 잊는다. 어제 누구와 지나쳤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얼굴이 남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남는다.
그런데 한 명은 다르다.
늘 반대 방향이다. 내가 상류 쪽으로 걸으면 그 사람은 하류 쪽으로 온다. 만나는 지점도 대체로 비슷하다. 다리 밑을 조금 지난 언저리에서 마주친다. 멀리서부터 보인다. 가로등 아래를 지날 때마다 그림자가 잠깐 밝아졌다 어두워진다. 그때는 아직 누군지 모른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걸음걸이로 먼저 안다. 얼굴보다 속도가 먼저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보폭이 고르다. 운동하러 나온 걸음은 아니고 그렇다고 어슬렁거리지도 않는다. 어디에 늦은 사람의 속도도 아니다. 그다음이 짧다. 스무 걸음쯤 남았을 때부터 이미 서로를 보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열 걸음, 다섯 걸음. 그러다 스칠 무렵에 턱을 살짝 당긴다. 고개를 숙였다고 할 만큼은 아닌데 그냥 지나쳤다고 하기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끝이다. 1, 2초쯤 된다.
산바카라로가 좁아지는 구간에서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나란히 지나가기에는 폭이 모자라서 누군가 비켜야 한다. 그럴 때 서로 어깨를 살짝 튼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반 발짝씩 벌어졌다가 지나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 말은 오가지 않는다. 이게 이 사이에서 주고받는 유일한 의논이다. 어느 쪽으로 비킬지를 몇 걸음 안에 정하는데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둘 다 같은 쪽으로 피해서 멈칫한 적도 없다. 아무 말 없이 매번 맞아떨어지는 게 생각해 보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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