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차단기는 올라간다

byCOSMO

출차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았다. 앞으로 조금 갔다가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갔는데도 봉은 그대로 내려와 있었다. 뒤에 차가 한 대 붙었다. 백미러로 그 차의 앞유리가 보이는데 운전자 얼굴은 안 보인다. 그래도 기다리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창문을 내리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내리고 나서 뭐라고 해야 하나 싶었다. 저기요, 하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경적을 울리는 건 더 이상하다. 관리실이 어느 쪽인지도 몰랐다. 여기 산 지 꽤 됐는데 그렇다. 유리에 빛이 반사돼서 창구 안은 보이지 않고, 어디에 대고 소리를 내야 하는지 몰라 두리번거리는데 누가 나왔다.


"안 올라가요?"

"네, 계속 안 되네요."


무언가를 눌렀는지 어딘가를 만졌는지, 잠시 뒤에 차단기가 올라갔다. 손을 들어 가라는 시늉을 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 지나갔다. 백미러로 잠깐 보였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었다. 그게 전부다. 얼굴은 봤는데 기억에 남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은 오피스텔이다. 정문 옆에 경비실이 붙어 있는 구조가 아니라 일 층 로비 한쪽에 관리 창구가 하나 나 있다. 그 안에 사람이 앉아 있다. 몇 분인지는 모른다. 세 분쯤 되는 듯하다. 경비라고 해야 하는지 관리 직원이라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속으로는 그냥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 말이 맞는 말인지 따져본 적은 없다.


볼 일이 거의 없다. 차를 가지고 다녀서 그렇다. 지하로 내려가 차를 타고 나가고 돌아올 때도 지하로 들어온다. 로비를 걸어서 지나는 날이 한 달에 몇 번 안 된다. 마주치지 않으니 인사할 일도 없고, 인사를 잘 하는 편도 아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굴 만나면 목례 정도는 하지만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이 아니다. 살갑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런 사람이 저 창구 너머와 말을 섞은 적이 세 번 있다. 차단기가 그 하나다.


다음은 사다리 때문이었다. 바카라상 위 형광등이 어두웠다. 밤에 글을 쓰다 보면 종이 위에 그림자가 지고 눈이 먼저 피로해졌다. LED로 갈면 낫겠다 싶어 등을 사다 놓았는데 문제가 하나 남았다. 여기가 복층이라 천장이 높다. 의자에 올라가도 손이 한참 모자란다. 식탁 의자 위에 다시 뭘 올려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그러다 관리실에서 사다리를 빌려준다는 걸 알게 됐다. 그걸 알기 전까지는 빌린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 저기 사람이 앉아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저기에 무엇이 있는지는 궁금해한 적이 없다. 로비로 내려가 창구 앞에 섰다.


"저기, 사다리 빌릴 수 있다고 해서요."

"몇 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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