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길어졌다는 걸 손이 먼저 안다. 샤워를 하다 뒤통수를 문질렀을 때 손가락에 걸리는 양이 달라져 있으면 그때쯤이다. 거울로는 잘 모르겠는데 손은 알아챈다. 두세 달에 한 번, 그런 날이 온다.
미용실은 걸어서 십 분쯤 되는 거리다. 예약을 하고 가는 편은 아니다. 문을 밀면 안쪽에서 소리가 먼저 난다.
"어, 오셨어요."
그다음에 늘 붙는 말이 있다.
"자주 좀 오시지."
의자로 안내를 받고 앉는다. 목에 종이 띠를 두르고 그 위로 검은 천을 덮는다. 종이 띠는 매번 조인다. 손이 목덜미에 잠깐 닿았다가 떨어진다. 발판이 올라가면서 의자가 한 뼘쯤 높아진다. 거울 앞 선반에는 스프레이와 분무기가 줄지어 있고 그 옆에 빗이 통에 꽂혀 있다. 벽에는 유행이 지난 머리 모양 사진이 몇 장 붙어 있는데 내가 처음 왔을 때부터 그 자리다.
거울 속에 내가 있고 그 뒤에 원장님이 있다. 이 자세가 묘하다. 마주 보고 있는데 실제로는 서로의 등 뒤를 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는 것도 유리를 한 번 거쳐서다.
원장님이라고 부르지만 원장인지는 모른다. 다들 그렇게 부르길래 나도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아니라고 정정해 준 적이 없어서 지금까지 그렇게 부른다. 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는지도 모르고 이 가게 주인인지도 모른다. 아는 게 없는데 부르는 말은 있다.
"이번엔 어떻게 해드릴까요."
"좀 짧게요. 옆이랑 뒤만 정리 해주시고 위는 조금만."
"그럼 지난번보다 조금 더 짧게 갈게요."
지난번이 언제인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원장님은 기억한다. 손님 머리는 기록으로 남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종이에 적어두는 것인지 그냥 손에 익은 것인지는 모른다. 어느 쪽이든 내 머리는 나보다 원장님 손에 더 익어 있다.
가위질이 시작된다. 소리가 먼저 온다. 사각사각이라고 적으면 실제보다 부드럽고 서걱서걱이라고 적으면 실제보다 거칠다. 그 사이 어디쯤의 소리가 귀 옆에서 계속 난다. 빗이 머리카락을 들어 올리고 가위가 그 끝을 지나간다. 짧게 끊기고 다시 이어진다. 그러다 가끔 가위를 손 안에서 한 바퀴 돌리는 소리가 섞인다.
가게에는 노래가 흐른다. 최신 유행가인데 최신이 아니다. 텔레비전에서 순위를 매기던 시절의 노래들이다. 전주만 들어도 다음 소절이 나오는데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 곡들.
"이 노래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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