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2026) 리뷰
이 리뷰를 쓰는 지금 <오디세이>(2026)를 개봉 전 무대인사 시슬롯 관람과 개봉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의 아이맥스 관람, 그리고 핀 뱃지 등 굿즈 증정 회차 관람을 포함해 총 네 번 관람했다. 아직 아이맥스 예매 건이 두 개 더 남아 있다. (4디세이..5디세이..6디세이..) 아래 글에 적은 바와 같이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게 된 작품이어서이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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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 별개로 <오디세이>에는 좋은 의미로 곱씹고 되돌아 볼 대목들이 풍부한 건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상당한 장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느껴진다. N차 관람에 몰두하다가 조금 늦은 감상을 한 번 더 기록해두기로 한다.
“당신이 알던 오디세우스가 길을 잃어버렸다면요? 만약 그가 어느 날 밤, 낯선 도시에서 어떤 광경을 보았고, 그 순간 자신이 알던 고향은 더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요. 만약 그가 목마의 뱃속에서 나와 트로이의 성문을 열던 순간, 10년 동안 쌓인 분노가 하룻밤 사이에 그 도시를 덮치는 것을 보았다면요. 우리는 그들에게 선물을 남겼습니다. 평화의 징표라며. 그들이 제 집 안으로 들여놓을 선물을요. 우리는 인간들 사이의 가장 신성한 믿음을 짓밟았습니다. 전쟁은 그렇게 사냥이 되어버렸지요.
트로이 성벽을 불태우는 건 곧 세상 전체를 불태우는 일이었습니다. 그의 고향까지도 포함해서요. 만약 그가 불길과 무질서와 고통 속을 걸어가던 바로 그날 밤, 땀에 젖은 승리와 혼희 속에서 넋이 나간 채 서 있던 그때,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바로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요.
(…)
우리는 궁전과 교역과 언어가 있는 세상에서 살았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진정 보지 못한 채로요. 바로 우리가 그것을 무너뜨려버렸습니다. (…) 제우스의 법을 깨뜨린 일이 역병처럼 퍼져나갔습니다. 우리의 청동기 시대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의 폐허를 어디에서도 견딜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고향에서는요.“
-영화 <오디세이> 후반 오디세우스가 페넬로페에게 나그네의 행색을 하고 전하는 이야기 발췌.
길을 잃은 건 오디세우스가 아니라 바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니었을까. 거의 삼천 년이 지난 원전을 현대의 극장 스크린에 구현한 <오디세이>의 각색 의도가 그래서 정확히 이해된다. 유니버설픽쳐스의 리더필름이 지나가고 영화 시작 시점에 나오는 자막은 "마법이 명백히 존재하던 시대"라고 쓰여 있다. "A Time of Apparent Magic..." <오디세이>의 마법은 신화 속 신을 현현한 캐릭터로 만드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천둥번개와 비바람 같은 자연 현상 속에서, 오디세우스의 내면 속 죄바카라감과 두려움을 반영한 형상으로서만 존재한다.
그건 곧 볼 수 없는 것을, 들은 것을, 믿기지 않지만 보고 있는 것을 믿는 일. 적어도 영화가 본 청동기 시대의 사람들은 아마도 문명슬롯를 지키는 근간이 낯선 자를 환대하고 서로의 언어와 교역을 믿는 일에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불길과 무질서의 고통 속을 걷던 그 밤,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의 폐허가 제 고향 속에도 뿌리내렸음을 견딜 수 없었을 십여 년의 낮과 밤들.
<오디세이>의 촬영과 편집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고스란히 서사적 밀도와 몰입감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인다. 음악과 미술은 시대의 공기를 만든다. 화면비의 깊이가 만들어내는 낙차를, 매 순간의 달리 보이는 해수면의 위치가 이미지로서 자아내는 광막감을 관객은 고스란히 목도하게 된다. 내게 <오디세이>가 좋았던 단 하나의 이유만을 묻는다면 이 여정을 고스란히 체험시키는 데 영화가 온전히 복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메넬라오스가 텔레마코스에게,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에게, 오디세우스가 페넬로페에게 각기 들려주는 전쟁의 버전 내지 판본은 조금씩 결합되어 관객이 보고 겪는 이야기로서, 노래로서 남는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그것이 훗날 노래 한 줄 정도로만 남게 될지라도 그것이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곧 마법이라고 믿는 이들이 아닐까. 어쩌면 그 보이지 않는 마법이야말로 이 시대가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것을 지탱하려는 안간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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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을 구성하는 방식이 3천 년 전 호메로스의 그것과, 그리고 영화가 지향하고 의도하였을 바와 정확히 일치하는. 기술적 성취가 서사에 고스란히 부합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들을 보면서 느껴왔던 아쉬운 점이나 개선점 등이 근 몇 년 간 대부분 해소되어 오거나, 보완되어 왔다는 걸 <오디세이>에서 아주 또렷이 느끼고 있다. 특히 <오펜하이머>(2023)부터. IMAX 카메라를 풍경의 크기와 범위, 넓이를 담는 데에만 쓰기보다 인물의 표정을 아주 가까이에서 깊이를 두고 조망하기를 택하는 일도. 오케스트레이션 없는 음악이 작중 시대를 염두한 작업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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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들보다 <인터스텔라>(2014)를 극장에서 연거푸 다시 관람하던 그날들이 스크린에 내내 포개어져 놓여 있던 시간들이었다. 지금도 내게는 <오디세이> 예매가 IMAX를 포함해 세 개 더 남아 있다. 언젠가 이 시간도 극장이 암전에서 돌아와 밝아진 뒤 희미하게 스러져 갈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 영화를 만난 시간은 오디세우스가 꼭 쥐고 있었던 아테나의 황금 핀처럼 남아 있을 것이다.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은 한때 가졌다가 잃어버린 것이라 해도, 이 모든 게 한낱 픽션에 불과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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