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테마로 한 다이닝 - '먼 훗날 우리'의 저녁

연남동 몽중식에서

by김동진

"I miss you."

"나도."

"아니, 내가 너를 놓쳤다고."


연남동 중식 다이닝 '몽중식


어떤 영화는 그저 한두 개의 장면이나 몇 마디 말만, 사운드트랙의 가사 한 소절만 떠올려도 먹먹해진다. 내게는 <먼 훗날 우리>(2018)가 그 대표적인 영화인데, 마침 <먼 훗날 우리>를 테마로 한 몽중식의 중식 다이닝 코스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샤오샤오(주동우)가 갖고 싶어 했던 1인용 소파와 젠칭(정백연)의 꿈을 상징하는 게임기 소품부터 이미 마음이 저릿해진다. '1. 2007, 처음 만난 겨울'부터 '우리'는 이미 이 우연한 만남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다. 단호박 파니푸리, 하가우, 청귤관자의 산뜻하고 개성 있는 식감을 (그리고 세월매주 페어링을) 작고 명랑하게 지나면 '2. 2018, 다시 마주한 기억'이 열린다. 서로에게 집이 되어 주었던 모든 날들의 춘절을 생각하며 따뜻한 밥을 먹고 생활을 나누었던 시간들을 소중한 사람에게 몸을 보하라며 내어주는 탕에서 떠올린다. 이런 식으로 '3. 꿈많던 청춘들의 베이징', '2008, 함께한 카운트다운'을 순서대로, 아니 기억의 잔영들이 이끄는 곳으로 지나면 '8. 하지 못한 작별 인사'를 지나 마침내 '9. 먼 훗날 우리'에 이른다.


연남동 중식 다이닝 '몽중식


몽중식이 매 시즌 준비해 내어놓는 영화를 테마로 한 다이닝이 그저 어떤 장면에 나온 특정한 요리 정도로 단편적이지 않고 식재료와 술의 작은 세부 하나부터 매장 내 인테리어 곳곳의 장식까지도 신경써서 고안해 만들어졌으리라는 걸 <먼 훗날 우리> 한 편으로도 실감할 수 있었다. 영화가 과거의 컬러와 현재의 흑백을 교차하며 부여한 색채를 식사로 고스란히 구현한 체험의 시간이었다고 해야겠다. 아홉 가지로 구성된 2부 디너 코스는 생각보다 빨리 마지막 디저트에 도착했다.


한국판 리메이크인 <만약에 우리>(2026)에서 정원(문가영)은 은호(구교환)에게 "그때 내 집이 되어주어 정말 고마웠어"라 말해준다. 서로에게 편이 되어주었던 시간들을 상징한 회과육(回鍋肉)의 식감과 어감이 아른거린다. 익힌 고기를 솥에 다시 넣어 조리한 요리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과거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든 시간들을 떠올린다.


연남동 중식 다이닝 '몽중식


우리는 그러나 왔던 곳으로는 이제 돌아갈 수 없고, 어쩌면 그게 다행인 건지도 모른다. 초라하지만 찬란했던 시간을 안고 이제는 다음 계절을 맞이해야 한다. 주동우와 정백연의 <먼 훗날 우리> 속 모든 얼굴들은 내 어느 날의 표정이기도 했었다. 하이볼 한 모금에 마늘쫑 짜장면 한 젓가락에 오감이 정서와 고스란히 연결돼 있음을 상기한 시간이었고 일러스트 카드가 한 장씩 넘어가는 동안 시린 겨울이 밀려온다. 이제는 한가운데의 여름을 통과해 다시 가을을 예비해야 할 시간이다.


*몽중식의 <먼 훗날 우리> 테마 다이닝은 8월 30일까지 계속! (몽중식은 100% 예약제로만 운영됩니다)

*다음 시즌은 무려 <헤어질 결심>(2022)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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