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변곡점 — 익숙해진 폭풍, 적응하는 시장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잠정 실적을 냈지만 코스피는 급락했다. 하이닉스는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미국과 이란은 다시 충돌했고 유가는 주간 6% 올랐지만, 원화는 오히려 안정됐다. 지난주 시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의문을 품었다. 이번 주 시장은 답을 내렸다. 국내 수급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한계선을. 변수가 상수가 된 한 주, 코스피 7/6–7/10을 읽는다.
지난주, 국가는 '계속된다'에 걸었고 시장은 '정말 그럴까'를 물었다. 국가와 시장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그때 시장이 품은 건 '의문'이었다. 이번 주, 시장은 그 의문에 답을 내렸다. 삼성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도, 미국과 이란이 다시 포탄을 주고받아도, 환율과 유가는 과거처럼 시장을 뒤흔들지 못했다. 대신 시장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두 종목의 값에 선을 그었다. 어제의 변수가 오늘의 상수가 되는 한 주였다.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은 조용히 내렸다. 월요일 1,530원대에서 금요일 1,503원대로, 한 주 동안 약 30원 하락했다. 주식이 가장 크게 무너진 화·수요일에 환율도 나란히 내렸다.
흥미로운 건 유가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무력 공방을 주고받으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급감했고, 유가는 주간 기준 브렌트 6%, WTI 5.5% 올랐다. 보통 이런 지정학 충격에 유가가 뛰면 환율도 따라 튄다. 그런데 이번 주는 달랐다. 미국의 6월 고용이 5만 7천 명 쇼크로 나오며 달러가 약해졌고, 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나며 아시아 통화를 떠받쳤다. 유가가 올라도, 달러가 더 세게 풀리는 방향이 원화를 눌러 내린 것이다.
원화와 엔화는 달러라는 공통의 축이 흔들릴 때 함께 움직이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번 주 금요일, 둘은 갈라졌다. 일본 정부가 연기금에 국내 자산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히자, 엔화가 급반등 한 것이다. 원화는 안정적으로 흘러내렸고, 엔화는 정바카라 한 마디에 튀어 올랐다.
다음 주 목요일(7월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현 2.50%에서 2.75%로 0.25% 포인트 인상을 유력하게 본다. 성사되면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다. 시장은 인상을 '정해진 일'로 받아들였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 두 위원이 인상 소수의견을 낸 순간부터, 7월 인상은 컨센서스가 됐다. 물가는 6월 3.2%로 목표(2%)를 크게 웃돌고, 반도체 호조로 성장세는 살아 있으며, 수도권 집값도 다시 오른다. 이미 답이 정해진 셈이다. 관건은 인상 여부가 아니라 그다음이다. 8월에도 연달아 올릴지, 한 번 쉬었다 갈지, 연말에 3.00%까지 닿을지. 3년 반 만의 큰 사건마저 예정된 수순이 되는 것이 이번 주의 정서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천억 원의 잠정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810% 늘었고, 엔비디아의 최근 분기 영업이익마저 넘어섰다. [추정] 약 20조 원의 성과급 재원을 감안하면 실질 이익은 100조 원을 넘겼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역대 최고의 잔칫상이었다.
시장은 더 큰 잔치를 만들기보다 지금의 파티를 즐겼다. 잠정 실적이 발표된 7일, 코스피는 오히려 4.91% 급락해 7,656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6.92% 빠졌다. 호재를 '이벤트 소멸'로 받아들인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졌고, 외국인은 그날 하루에만 2조 9천억 원을 팔았다. 잔치가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잔치가 예고돼 있었기에 사람들이 미리 떠날 준비를 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장이 그은 선의 성격이다. 아무리 장이 나빠도 진짜 좋은 주식은 홀로 오른다. 그런데 삼성과 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과 뉴욕 입성이라는 최고의 재료 앞에서도 국내 시장에선 과감히 팔렸다. 시장이 부정한 건 두 기업의 가치가 아니다. 국내 수급이 지금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상한 이다. 리밸런싱이든 차익실현이든, 시장은 이렇게 말한 셈이다. "국내에서는, 여기까지다." 지난주의 의문이 이번 주의 판정으로 바뀐 순간이다.
외국인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6월 중순부터 13 거래일 간 약 49조 원을 순매도했고, 그 1·2위가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였다. 8~9일 순매수로 잠시 돌아왔지만, 반도체 두 종목은 계속 팔면서 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리밸런싱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 주, 정반대의 장면도 있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로 나스닥에 입성했다. 공모 수요는 물량의 7배에 달했고, 첫날 주가는 공모가(149달러) 대비 13% 오른 168.01달러로 마감했다. 265억 달러를 조달해, 외국 기업의 미국 상장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국내에서 판 그 자금이, 국경 너머에서는 오히려 몰려들었다. 외국인이 서울에서 삼성·하이닉스를 담기 어려운 환경, 그 갈증이 뉴욕에서의 흥행을 키웠다. 세계의 자본이 한국 반도체의 매력을 값으로 인정한 셈이다. 데이터센터 과잉을 둘러싼 의심이 여전한 와중에도, 첫날의 열기는 분명했다. 적어도 이 장면만 보면, AI 반도체를 향한 버블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같은 종목을 두고 국내는 "여기까지"라 하고, 미국은 "이제 시작"이라 했다. 시장이 그은 한계선은 반도체의 한계가 아니라, 한국 시장이라는 그릇의 한계였다.
이번 주의 진짜 주인공은 삼성도, 하이닉스도 아니다. 변동성 그 자체다.
우리가 알던 주식시장은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다가 한 번씩 화산처럼 터지는 시장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솟구침과 무너짐이 번갈아 오는, 중간이 없는 장이다. 냉탕과 온탕을 하루 걸러 오가는 이 파도에서, 고생하는 건 결국 개미투자자다.
변동성에는 두 개의 축이 있다. 하나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매, 다른 하나는 레버리지다. 물론 반론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변동성이 반도체 업황·지정학·외국인 수급이 겹친 복합적 결과인데 모든 바카라임을 레버리지에 씌우는 건 과하며, 규제가 자본시장 선진화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레버리지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라 주장한다.
작은 그릇에서 큰 그릇으로 판이 커지는 사이, 의도치 않은 쏠림이 시장을 투자가 아닌 투기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제부총리는 "레버리지가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를 잘 안다"며 보완바카라을 협의 중이라 했고, 청와대와 F4 회의체(재정경제부·금융위·한국은행·금융감독원)가 대바카라을 저울질하고 있다. 진입 요건 강화, 배율 조정, 신규 인가 제한 등이 검토 안으로 거론된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한 자본과 자격을 갖춘 투자자에게만 레버리지를 열어주는 방향 — 일본처럼 문턱을 두는 방식 — 도 고려할 때라 생각한다. 룰을 바꾸기보다, 시장 참여자가 적응할 때까지 변동성의 폭을 줄이는 세심한 장치를 마련하는 편이 낫다.
레버리지가 키운 이 변수에 시장이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란과 미국의 충돌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고, 급등락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됐으며, 금리 인상마저 예정된 수순이 됐다. 불확실성이 사라진 게 아니다. 사람들이 불확실성에 적응하는 중이다. 다음 주 금통위가, 적응의 다음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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