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변곡점 — 2000조 대도약 투자와 메타의 클라우드 보도
국가는 '계속된다'에 걸었다
월요일, 대한민국은 반도체에 국운을 걸었다. 삼성과 SK가 각각 2000조 원대의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그리고 주 후반, 메타가 남는 컴퓨팅을 팔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가는 수요가 계속된다에 걸었고, 시장은 정말 그럴까를 물었다. 한 주의 파도를 한 장면으로 읽는다.
코스피는 국가의 베팅으로 문을 열었다. 월요일 8334로 시작했던 주가는 8088로 후퇴했다. 월요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은 2655조 원, SK는 2100조 원의 국내 투자를 발표했다. 시장은 화답했고, 월·화 이틀 코스피는 시가 위에서 마감했다. 파도는 위로 쳤다.
수요일, 블룸버그가 메타의 '남는 컴퓨팅을 팔겠다'는 구상을 보도하자 방향이 꺾였다. 데이터센터가 벌써 남아도는 것 아닌가 — 첫 의심이었다. 목요일, 의심은 급류가 됐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한참 낮은 7,933에서 출발해 7,616까지 무너졌고, 종가 7,648은 그날 저점에 거의 붙었다. 하루 진폭 520포인트.
금요일, 배는 잠시 숨을 돌렸다. 시가보다 349포인트 오른 8,088로 마감했고, 진폭은 758포인트로 이번 주 가장 거칠었다. 하지만 종가 8,088은 월요일 출발선(8,334)을 끝내 넘지 못했다. 변동성은 컸는데, 방향은 후퇴였다.
답의 절반은 지난주와 같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반도체 두 종목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돈이 몰릴수록, 둘이 흔들릴 때 지수 전체가 함께 출렁인다. 오를 때 폭을 키우는 레버리지는, 빠질 때 청산 물량으로 변동성을 키운다. 목요일 520포인트, 금요일 758포인트의 진폭은 레버리지가 만든 물결이다.
지난주의 질문이 "칩값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전가되나"였다면, 이번 주의 질문은 "메모리 수요의 폭등은, 정말 계속될까?"이다. 국가의 베팅은 '계속된다'에 걸었지만, 확신에 물음표를 찍는 신호가 둘 나왔다.
하나는 메타다. 남는 컴퓨팅을 팔겠다는 구상은, 뒤집으면 '데이터센터를 너무 많이 지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부른다. 데이터센터 증설이 멈추면 새 GPU와 HBM 주문도 느려지고, 메모리를 파는 회사의 이익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다른 하나는 애플이다. 메모리값 폭등에 맥·아이패드 가격을 올린 애플이, 이번엔 미국 정부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칩을 살 수 있게 해 달라 로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FT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한 달여 전부터 상무부와 접촉하며 다른 부처와 워싱턴 정가로까지 로비를 넓히고 있다. 문제는 CXMT가 미 국방부의 군사기업 블랙리스트(1260H)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John Moolenaar) 위원장은 "중국 군사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SK·마이크론 세 회사가 쥔 수요에서, 큰 고객 하나가 더 싼 중국 메모리로 이탈을 시도한다는 신호였다.
이 신호들을 '수요 정점'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 메타는 올해 설비투자 전망을 오히려 최대 1,450억 달러까지 높였고, 공급망에서는 HBM과 차세대 메모리 주문이 줄기는커녕 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핵심은 '남는 GPU가 있느냐'가 아니라 '새 주문이 계속 늘어나느냐'다. 보도 하나로 슈퍼사이클이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문제는 시장이 그 뉘앙스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확신이 강하게 쏠린 자리일수록, 작은 의심에도 크게 흔들린다. 국가가 국운을 건 바로 그 주에, 시장은 가장 사납게 출렁였다.
지난주까지는 모든 매수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몰렸다. 시장에 의문이 생기면서 수익을 많이 냈던 증권과 은행주 쪽에 주식매수가 발생했다. 미국은 기술주가 급락하면 헬스케어 바이오 쪽에 매수가 일어나며 주식시장의 건강성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금 한국의 증시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만 믿고 달리고 있다. 나머지 주식에도 투자의 돈이 도는 순환매가 만들어질 것인가. 리밸런싱을 통해, 한국 투자자들이 건강한 투자를 할 것인가. 지금 너무 롤러코스터에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 다음 주도 변동성이 작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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