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앞에선 말이 사라진 남자, 밖에서 처음으로 웃었습니다
작가님께.
저는 결혼 20년 차,
50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제 결혼은
뜨거운 연애 끝에 시작된 결혼은 아니었습니다.
소개로 만났고,
몇 번 만나 괜찮은 사람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저는 취업 준비생이었고,
아내는 이미 교사로 자리를 잡은 사람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말했습니다.
“부인 잘 만났다.”
”안정적인 직업 가진 사람 만나면 든든하지.”
“너는 복 받은 거다.”
저도 그 말에 크게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취업을 했고,
결혼을 했고,
아이도 생각보다 빨리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제 삶은
제 의지보다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처음에는 잘해보려고 했습니다.
가정을 꾸린다는 건
서로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맞추는 사람은 저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늘 가르치듯 말했습니다.
말투가 꼭
학생에게 지적하는 선생님 같았습니다.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지.”
“생각을 좀 하고 움직여.”
“왜 매번 말을 해야 알아들어?”
처음엔 그냥 성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사니까 말투가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20년을 살다 보니
그 말투는 제 안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집에서
늘 혼나는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가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청소, 설거지, 화장실 정리, 장보기,
아이들 챙기기, 집안 정리.
마치 칠판에 적힌 숙제처럼
제 하루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회사에 다녀와도
집에 들어오면 다시 할 일이 시작됐습니다.
밥도 제가 알아서 차려 먹는 날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그래, 내가 하면 되지”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게 제 자리처럼 굳어졌습니다.
집에서 제 서열은
가장 아래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어느 순간
엄마와 비슷한 말투로 저를 대했습니다.
농담처럼,
장난처럼,
하지만 제겐 무시처럼 들리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화를 내면 집이 더 시끄러워지고,
결국 제가 또 져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말수가 줄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저는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일도 하고,
바카라임도 지고,
사람들과도 무난하게 지냅니다.
그런데 집에만 들어오면
저는 작아졌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밖에서는 사람인데,
집에서는 왜 이렇게 자꾸 없어질까.
그러다 그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좋아하던 일이었습니다.
회사 근처 화실에서
수채화와 드로잉을 배웠습니다.
그곳에서는 누구도 저를 혼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좋아요, 이 느낌 괜찮은데요”라고 말해주었고,
수강생들은
그림 이야기를 하고,
전시 이야기, 일상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가끔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셨습니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림을 잘 그려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제가 누군가의 남편도,
아이들의 아빠도,
집안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웃어도 되는 사람.
그런데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카드 사용 내역 때문에
아내가 화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날부터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왜 말 안 했어?”
“언제부터 다닌 거야?”
“거기 여자 많아?”
“선생님은 여자야, 남자야?”
“수강생들은 어떤 사람들이야?”
저는 그림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말했습니다.
“그림 그리고 싶으면 집에서 그려.
요즘 인터넷에도 강의 많고, 앱도 많은데
왜 굳이 그런 데를 나가?”
아내는 제가 밖에서
사람들과 친절하게 말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식당에서 직원에게 웃으며 말해도,
백화점에서 점원에게 고맙다고 해도,
옆에서 표정이 굳는 사람입니다.
“왜 그렇게 친절해?”
“필요 이상으로 웃지 마.”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래?”
그 말을 듣다 보니
저는 어느 순간부터
어디서든 눈치를 보게 됐습니다.
결국 화실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 몇 명과는
단톡방으로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연락을 했습니다.
“요즘 안 보이 셔서요. 괜찮으세요?”
별 것 아닌 말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차 한 잔을 마셨습니다.
그날 저는
오랜만에 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집에서 어떤 기분으로 사는지,
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는지,
왜 갑자기 그만두게 됐는지.
그 사람은
그냥 들어주었습니다.
판단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고,
혼내지 않고.
그게 좋았습니다.
그다음에는
전시를 같이 보러 갔습니다.
밥도 먹었습니다.
아직 어떤 관계라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만남이 제게 너무 편안하다는 겁니다.
그 사람은 말했습니다.
“다음에 또 같이 봐요.
그림도 계속 그리셨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저는 지금
이게 하면 안 되는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밥을 먹고,
전시를 보고,
그림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게 잘못일까요.
아니면
이미 마음이 움직이고 있으니
멈춰야 하는 걸까요.
저는 그 사람과 뭔가를 시작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제가 조금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여전히 말이 줄어들고,
눈치를 보고,
해야 할 일을 합니다.
그런데 밖에서는
말을 하고,
웃고,
그림을 보고,
제 생각을 말합니다.
그 차이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저는 가정을 깨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그냥 사람답게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요.
이 감정을
어디까지 허락해도 되는 걸까요.
-결혼 20년 차,
집 밖에서 처음으로 다시 말이 많아진 남자
편지를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건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보다
오랫동안 집 안에서 너무 작아져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은 꼭 폭발해야만 무너지는 게 아닙니다.
매일 조금씩 말을 줄이고,
매일 조금씩 눈치를 보고,
매일 조금씩 “내가 참으면 되지”라고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게 됩니다.
당신은 그 시간을 오래 보낸 것 같습니다.
아내가 나쁘다,
당신이 불쌍하다,
이렇게 단순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가정이 누군가 한 사람을 계속 작아지게 만드는 공간이라면,
그건 이미 건강한 대화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당신은 그림을 배우러 간 것이 아니라
사실은 사람들 사이로 잠깐 걸어 나간 겁니다.
누군가가 내 그림을 봐주고,
내 말을 들어주고,
내 취향을 묻고,
나를 혼내지 않는 자리.
그게 당신에게는 너무 크게 느껴졌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 만난 그 사람이 특별해 보이는 겁니다.
어쩌면 그 사람이 특별해서라기보다
그 사람 앞에 있을 때의 당신이 낯설 만큼 편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사랑일 수도 있고,
외로움의 반응일 수도 있고,
오래 억눌린 자존감이 누군가의 친절에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이건 사랑이다” 혹은 “이건 잘못이다”라고
빨리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 사람을 당신 삶의 탈출구로 만들면 안 됩니다.
그 사람과의 만남이 좋아진 이유를
먼저 당신 안에서 봐야 합니다.
나는 왜 집에서 말하지 못하는가.
나는 왜 그림 하나 배우는 일도 허락받아야 하는가.
나는 왜 친절하게 웃는 것까지 눈치를 보는가.
나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참는 쪽만 선택했는가.
이 질문을 피한 채
그 사람에게 기대면,
그 관계는 금방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건
몰래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의 삶에 다시 자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
혼자 숨을 고르는 시간.
누구에게 허락받지 않아도 되는 작은 자유.
그것부터 되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내와의 관계도
언젠가는 말해야 합니다.
싸우자는 말이 아닙니다.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말을
처음으로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정이 유지되는 것과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지금 당신의 고민은
“그 사람을 만나도 되느냐”가 아니라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지워진 채 살아도 되느냐”에 더 가깝습니다.
그 질문을 먼저 붙잡으셨으면 합니다.
사랑은 그다음입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결혼 20년 차.
집에서는 늘 맞추는 사람입니다.
아내는 가르치듯 말하고,
남자는 말이 줄어들었습니다.
집안일을 하고,
눈치를 보고,
아이들 앞에서도 점점 작아졌습니다.
그러다 그림을 배우러 갔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내에게 들켜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 후,
그림 모임에서 알게 된 한 사람과
차를 마시고,
전시를 보고,
다시 말이 많아진 자신을 발견합니다.
여러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1. 이건 불륜의 시작이다. 지금 멈춰야 한다
2. 불륜보다 먼저, 이 부부 관계가 이미 위험하다
3. 그는 사랑을 찾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고 있다
4. 그래도 결혼 상태라면 선을 분명히 지켜야 한다
가정이란 무엇일까요.
함께 사는 공간일까요,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일까요.
집에서는 말이 사라지고,
밖에서만 다시 사람이 되는 결혼.
그 결혼은
유지되고 있는 걸까요,
이미 무너지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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