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하면 안 되는 사랑을 읽는가
이 연재는
처음부터 이렇게 길어질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역사 속 인물들의 금지된 사랑,
규범과 제도 바깥에서 흔들렸던 감정 몇 편을
정리해 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왕과 예술가,
철학자와 혁명가.
그들은
위대해서 기록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부딪쳤기 때문에 기록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조회수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사연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왜일까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이야기를 읽을까.
남의 사랑,
남의 실패,
남의 상처.
그런데
편지가 쌓일수록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읽고 있었던 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자기 안에
한 번쯤 지나갔던 감정의 그림자를
읽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
결심하게 됐습니다.
기록하기로.
역사 속 사랑은
기록이라도 남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의 사랑은
대부분 아무 데도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쉽게 사라지고,
더 오래 혼자 견디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들의 이야기를
이곳에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사랑도
기록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누군가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는
자극적이기 때문이라고.
금지된 것,
하지 말라는 것,
경계 밖의 감정이
본능적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들의 문장은
호기심이 아니라
고백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남의 사랑을 훔쳐보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마음을
어디엔가 내려놓기 위해
모였고, 댓글을 달았고,
사연을 보냈습니다.
답을 찾고 싶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답은 이미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편지를 보낸 건
혼자서는 도저히 들고 있기 어려운 감정을
한 번 꺼내보고 싶었기 때문일 겁니다.
사연을 읽을수록
그 마음이 점점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는
사연을 읽으며
심장이 뛰고,
이유 없이 한숨을 쉬고,
때로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떤 편지는
끝까지 읽지 못했고,
어떤 문장은
정리하다가 손을 놓았습니다.
자극적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이
너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은
가볍게 흔들린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오래 버틴 사람들이었습니다.
공부하고,
살아남고,
가정을 꾸리고,
바카라임지고,
견디고.
그래서
그 흔들림은
늦게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사연자들의 대부분은
40대, 50대였습니다.
그 사실이
저를 오래 붙잡았습니다.
왜
이 나이에
이렇게 흔들리는 걸까.
흔히들 말합니다.
마흔은 불혹이라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쉰은 지천명이라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고.
하지만 사연을 읽으며
저는 오히려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 나이는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아니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나이인지도 모른다고.
다 해봤기 때문입니다.
계속 버텨봤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버티는 것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제야
사람들은 묻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았지.
나는 왜 아직 숨이 막히지.
나는 왜 아직도 기쁘지 않지.
그 감정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것이
뒤늦게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불편했지만
동시에
아름다웠습니다.
왜냐하면
그 감정이
거짓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이 연재를 통해
무엇이든 사랑이면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사랑에는
분명 경계가 있습니다.
그 경계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선을 지워버리자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선 위에서
흔들리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넘지 않으려 버티면서도
돌아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그래서 더
편지를 보냈습니다.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판단이 아니라
이해를 받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그 편지들이
오히려 더 진심이라고 느꼈습니다.
자기 마음을
속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연재는
정답을 말해주는 글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결정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자리에
잠시 앉아 있었을 뿐입니다.
그 자리에서
알게 된 건 하나였습니다.
사람은
사랑이 없어서 무너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
자기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
그때 사람은 약해지고
무너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조용히 물어봐주면,
“요즘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사람은
자기 안에서
무언가가 다시 살아나는 걸
느낍니다.
그게
사랑이었는지,
그저 숨이었는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끝내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랑받아도 되는 사람입니다.
다만
당신이 다치지 않을 만큼,
누군가를 무너뜨리지 않을 만큼,
그 선에서
당신을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정해주지 않겠습니다.
결정은
당신의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곁에서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정도로
곁에 있겠습니다.
조금 늦게
마음이 움직인 것,
그건
잘못이 아니라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자신을.
세상이 뭐라고 하더라도
당신만은
당신을
함부로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보다 먼저
당신을.
그다음에
누군가를.
그 순서만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끝내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 안에서
당신이
당신을 잃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정말로
당신을 사람답게 바라봐주는 사랑을
만나기를.
그 사랑이
어떤 이름이든,
적어도
당신의 자존을
깎아내리지 않는 사랑이기를.
그런 사랑은
분명
있어야 한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야기는 계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사랑들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시즌2는
사연이 다시 모아지는 날,
계속될 것입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도착한다면,
그 역시
여기 어딘가에
조용히 남겨두겠습니다.
당신의 사랑도
지나간 감정도
흔들렸던 시간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하안사 작가 유혜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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