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잃어버린 것과 잃지 못한 것

by미제


새벽 여섯 시 반에 알람이 울린다.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지만 알람이 울릴 때까지 그냥 누워 있다가 일어난다.

아이는 아직 자고 있다. 부엌 창밖으로 아파트 단지가 아직 회색이다.


씻고 나와 아이를 깨우고 준비물을 챙기고 아이가 밥을 먹는 동안 정은은 물 한 잔을 마신다.


아이는 오늘 학교에 뭘 가져가야 하는지 이야기하다가, 지난주에 아빠 집에서 놀았던 얘기를 이어서 한다.

아. 그렇구나, 하고 답한다.


아이가 밥을 다 먹을 때쯤 시계는 일곱 시 사십 분을 가리키고, 정은은 가방을 챙긴다.

손을 잡고 학교 앞까지 걸어간다. 학교 앞에서 아이가 손을 놓고 뛰어 들어간다.


정은은 아이가 사라진 방향을 잠깐 보다가 돌아선다.




회사 건물 뒤 골목이다. 좁고 그늘진 자리.

다른 흡연자 두엇이 이미 서 있는데 서로 인사는 하지 않는다.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첫 모금을 깊이 들이쉬면 연기가 폐 안쪽까지 내려간다. 어깨가 한 뼘쯤 내려간다.

천천히 내뱉으면 아침의 것들이 연기와 함께 나온다.


아이가 어젯밤에 잃어버렸다고 소란을 피운 색연필, 상사가 어제 퇴근 전에 남긴 메시지, 오늘 오전 회의 자료가 아직 반쯤이라는 것.


두 번째 모금을 내뱉을 때 아이가 아침에 흘리듯 한 말이 함께 나온다.


'지난주에 아빠 집에서 강아지를 봤는데 그 강아지가 나를 안 물었어.'

무는 강아지도 있다는 걸 배운 아이의 말이었다.

정은은 그 말을 아침 식탁에서 흘려들었고 지금 이 자리에서 연기와 함께 밖으로 내보낸다.


세 번째 모금쯤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 같다.

담배가 짧아지고 골목이 조용하다. 이 몇 분만은 아무도 정은을 안 부른다.


담배를 비벼 끄고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아침 공기가 들어와야 할 자리에 뭔가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자리에 앉는 순간 아침에 흩은 것들이 이미 바카라상 위에 얹혀 있다.


방금 내뱉은 것과 지금 얹혀 있는 것이 같은 것이라는 걸 정은은 자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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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앞의 인간이 무엇으로 남는지 묻습니다. 증명되지 않은 인간이 무엇으로 남는지 묻습니다. 답은 매듭짓지 않습니다. 미제(未濟), 풀리지 않은 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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