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번호

불리지 않는

by미제

죽으면 번호를 받는다.

정확히는, 죽고 나서 얼마쯤 지나면 받는다.


나는 그게 언제였는지 잘 모른다. 여기서는 시간이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고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눈을 뜨니 손에 번호표가 있었다.

108번.

대기실은 넓고 조용했다.


의자가 끝없이 놓여 있고 사람들이 저마다 번호표를 든 채 앉아 있었다. 앞쪽 벽에 전광판이 걸려 있었다. 지금 불리는 번호가 거기 떴다.


옆 사람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냐고.


그는 대답 대신 전광판을 가리켰다.

"저기 자기 번호 뜨면 나가는 거예요. 나가면… 없어지는 거고."


없어진다.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무섭지 않았다.

이미 죽었는데 더 없어질 게 있나 싶었다.




전광판이 느리게 넘어갔다.


번호가 불리면 누군가 일어나 앞으로 걸어갔다.

문을 지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남은 사람들은 잠깐 그쪽을 보다가 다시 자기 번호표로 눈을 돌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들 잊히는 중이라고 했다.

산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옅어지고, 아무도 떠올리지 않게 되면 그때 번호가 불린다고.


이름이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린 날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가.

그게 순번을 정했다.


"완전히 잊히면 나가는 거예요. 그게 여기 규칙이에요."

옆 사람이 알려줬다.


그는 벌써 오래 기다렸다고 했다.

자식들이 아직 가끔 제사를 지낸다고, 그때마다 순번이 조금씩 뒤로 밀린다고 투덜댔다.


그런데 투덜대는 그의 얼굴이 싫어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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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앞의 인간이 무엇으로 남는지 묻습니다. 증명되지 않은 인간이 무엇으로 남는지 묻습니다. 답은 매듭짓지 않습니다. 미제(未濟), 풀리지 않은 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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