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못 누르는 밤
좋은 밤이다.
시계를 본 지 오래됐다. 상관없다. 내가 자면 밤이고 깨면 아침이다. 여기선 그렇게 정하면 그게 맞다.
하루가 끝났다. 잘 시간이다.
스탠드 스위치에 손을 올린다. 탁. 어두워진다. 탁. 환해진다.
탁, 탁. 이게 좋다.
손끝 하나로 켜지고 꺼진다. 누르면 오고, 누르면 간다. 이만큼 말 잘 듣는 게 또 있나. 나는 매일 밤 자기 전에 꼭 한 번 이걸 켰다 끈다. 끄면 하루가 닫히고, 켜면 다시 열린다.
내가 정한다. 내가 빛의 주인이다. 이 얼마나 좋은가.
여긴 좋다.
내 칸은 넉넉하다. 누우면 발끝이 벽에 안 닿는다.
스탠드 하나, 의자 하나, 배급구 하나.
아침이면 — 내가 아침이라 정하면 — 배급구에서 영양제와 물이 나온다. 손만 내밀면 된다. 모자란 적이 없다. 누군가 다 계산해 두었고, 우리는 받아서 살면 된다.
낮에는 일을 한다. 화면에 뜨는 것들을 정해진 칸에 넣는다.
이건 이쪽, 저건 저쪽. 끝없이.
손만 움직이면 할당량이 찬다. 다 차면 끝이다.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생각이라는 걸 안 해도 된다. 이보다 좋은 일이 있나.
할당량을 채우면 다들 칸으로 돌아간다.
어떤 이는 알람약을 먹고 잔다. 먹고 누우면 정해진 아침에 알아서 깨어진다. 깨어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광장도 있고, 걷는 길도 있다. 다 갖춰져 있다.
그런데 아무도 안 쓴다. 거기서 뭘 해야 하는지 누구도 모른다.
밖은 사람이 살 데가 아니라고,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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