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열

─ 오르지 않아야 할

by미제


여섯 시 사십 분에 알람이 울린다.

협탁 위 약통에서 알약을 하나 꺼내 물 없이 삼킨다. 물을 마시면 잠이 완전히 깨기 때문에.


손목시계는 매시간 체온을 잰다. 하루 열두 번의 값이 자정에 서버로 올라간다.

아침 첫 값은 36.1도. 시계의 작은 표시등이 초록으로 뜬다.


감정온도보험이 도입된 건 3년 전이다. 지하철 스크린에는 아직 그때 카피가 걸려 있다.


감정은 결국 열이다.


심박·발한·호흡 여러 지표 대신 체온 하나로 정한다는 단순함이 사람들을 설득했다.

화가 나면 얼굴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우면 귀가 빨개진다.


곧 큰 폭의 감정 반응이 심혈관·정신질환·사고와 상관이 있다는 논문이 여럿 나왔고, 보험사들이 그 데이터를 요금표에 넣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억제제는 그 뒤에 나왔다.

감정 반응 회로에 얕게 개입해 체온이 오르는 속도를 늦춘다.


감정을 없애는 건 아니라고 광고는 말한다.

몸에 새기지 않을 뿐이라고.


난 지난해 용량을 한 번 올렸다.

승진자 명단에서 내 이름이 빠졌던 저녁, 시계는 37.4를 찍었다.

다음 달 요금이 8퍼센트 올랐다.


병원에 가자 의사는 웃으며 처방을 늘렸다.

"여러모로 편하실 거예요."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낀다. 음악은 틀지 않는다.

옆자리 남자의 통화, 앞 여자의 웃음, 어딘가에서 우는 아이

─ 자극이 들어오면 온도가 오르고, 오르면 요금이 오른다.


다른 승객들도 대개 이어폰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다. 모두 다 같이 있는데 모두 조용하다.


역사 출구에는 결혼정보업체 광고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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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카페 체인 광고.

손님의 현재 체온에 맞춘 음료 온도.


감정온도를 빙자하여 또 다른 경제 슬롯가 구축되는 중이다. 난 광고를 보지 않고 지나간다.


회사 로비에는 열화상 게이트가 있다.

출근 시 평상 체온과 오차가 큰 사람에게는 사내 심리상담이 자동 예약된다.


몇 년째 오차가 크지 않은 난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자리에 앉으면 오전은 대개 그대로 흘러간다.

회의실은 온도가 자동 조절된다. 참석자 평균 체온에 맞춰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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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앞의 인간이 무엇으로 남는지 묻습니다. 증명되지 않은 인간이 무엇으로 남는지 묻습니다. 답은 매듭짓지 않습니다. 미제(未濟), 풀리지 않은 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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