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정 중 가장 숨기고 싶은 것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질투를 택하겠다. 슬픔은 위로를 부르고 분노는 정당성을 획득하기도 하지만, 질투는 오직 나의 옹졸함과 열등감만을 증명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질투가 찾아올 때 입을 다물고, 표정을 지우며,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 가증스러운 침묵 속에서 육체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날도 그랬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선이 고정되었고, 마음보다 육체가 먼저 반응했다.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낸 것은 미간이었다. 누군가 양 미간을 가느다란 실로 묶어 정중앙으로 바짝 잡아당기는 듯한 강한 압박감이 밀려왔다. 뒤이어 정수리를 타고 내려오는 지독한 두통. 머릿속의 압력이 한계치에 다다르자, 기묘하게도 세상의 소음들이 먼바다의 파도 소리처럼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분명 공기를 흔들었을 테지만, 자의식의 감옥에 갇힌 내 고막은 그 어떤 파동도 수용하지 못했다. 완벽한 청각적 고립이었다. 나는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꼭 감았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였다.
하지만 그 지옥의 진짜 중심은 따로 있었다. 타인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곳, 바로 가죽 신발 속이었다.
갈 곳을 잃은 내 은밀한 부끄러움과 초조함은 온몸의 말단인 발가락 끝으로 모여들었다. 다섯 개의 발가락이 신발 밑창을 뚫고 들어갈 기세로 힘껏 안쪽을 향해 구부러졌다. 쥐가 날 듯 단단하게 뭉쳐진 발가락들은 서로를 짓누르며 핏기가 가실 때까지 버티고 있었다. 입으로는 비명을 지를 수 없으니, 발가락을 똘똘 말아 쥐며 내면의 폭풍을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다.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들켜버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신발 속 작은 공간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상황이 지나가고 마침내 숨을 크게 내쉬었을 때, 온 힘을 다해 웅크리고 있던 발가락들이 스르륵 풀려났다. 긴장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지독한 허탈감과 저릿한 통증만이 남았다.
우리는 흔히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픈 것은 언제나 몸이다. 신발 속에서 하얗게 질려있던 내 발가락들은, 그 옹졸한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화자가 치러내야 했던 수치심의 물리적 증거였다. 인간은 대단한 이성의 존재 같지만, 결국 신발 속 작은 발가락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나약한 유기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