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나를 짓누르던 무거운 덩어리는 아침이 와도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새벽을 가르고 들어온 희미한 빛 한 줄기조차 이 답답함을 밀어내지 못한다. 내 머리와 숨통을 틀켜쥔 이 압박의 실체는 결국 나 자신이었다.
살얼음 위, 초조로 버무려 만든 검은 영혼이 고통으로 구겨진 미간 사이를 비집고 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영혼이 맑고 가벼운 파랑새가 아니기에 나는 끝내 날지 못한다. 죄의식이 뱉어낸 토사물 같은 얼룩을 묻힌 채, 기어이 피폐한 아침을 맞이한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의 편안함 뒤로 숨겨두었다면 좋았을 것을. 눈빛의 적확한 속도로 너를 쫓지 말았어야 했다. 그 눈은 나를 비웃고 바카라망했다.
악의는 없었다지만 무언가 끊임없이 거슬렸다.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잔을 멍하니 바라보듯 마음은 온기를 잃었다. 다시 보송보송한 마음으로 돌아가 가볍게 걸어가고 싶었지만, 나를 둘러싼 검은빛에 가로막혀 한 걸음도 떼어지지 않았다.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붙잡아 의미를 만들고, 그 의미를 다시 키운 것은 결국 나였다.
네가 내게 준 불쾌함은 축축하게 젖은 양말을 신고, 돌로 지은 구두를 골라 신은 채 걷는 기분이었다. 그 무거운 신을 벗지 못해 억지로 걸어야 하는 나는, 타인을 믿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쥔 채 서 있다. 거짓된 리액션의 댓글, 간사한 장미. 차라리 가시로 선명하게 찌르지 그랬나.
세상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 수치심과 굴욕의 굴레를 씌워 가시밭으로 질질 끌고 다니는 듯, 목구멍과 숨통에는 모래밥이 가득 차 텁텁하다. 상대는 이미 제자리로 돌아갔는데, 나는 아직도 그 굴레의 한가운데에 홀로 멈춰 서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짓밟고 싶은 충동이 인다. 내 머리통을 깨부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 깨진 조각을 다시 끼워 맞춰 성형하고 싶다. 이 불쾌하고 짜증스러운 인지의 폭주를 막아낼 수 있다면 숨쉬기가 한결 편할 텐데.
이제 애써 나를 위로하거나 억지로 끌어올리는 치유의 시늉은 하지 않기로 했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으며, 오래 움켜쥔다고 해서 무뎌지는 것도 아니다.
오늘도 여전히 마음은 아프고, 영혼이 발가벗겨진 나체로 멍하니 서 있다. 나를 가장 가혹하게 심판하고 난도질했던 것은 타인이 아니다.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내 자신의 비틀린 시선이었다.
결국, 완벽하게 헛된 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