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질문으로 돌아가기
한동안 나는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고, 나름의 기준도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도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기준 안에서 삶은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이 길이 맞다는 믿음.
내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
나는 내 삶을 잘 이끌고 있다는 안도감.
이런 믿음은 오랫동안 나를 지켜주는 힘이었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분명 맞다고 믿었던 말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단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나를 설명해 주던 생각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야”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어”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한 곳에 붙잡아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또 한 번 삶은 내가 틀린 답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한때 나를 지켜주었던 답을 놓아야 할 때 더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려주려 했다.
해 질 무렵 바닷가를 걷던 날이 떠오른다. 그날 나는 한참 동안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밀려오는 파도는 모래 위에 정성껏 쌓아 올린 모래성을 야금야금 무너뜨리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 모습을 보며 아쉬워했을지도 모른다. 애써 만든 것이 사라지는 장면처럼 보였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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