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욕구가 내비게이션이 되었을 때
화면 속 숫자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마음이 놓이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 툭 던진 칭찬 한마디로 하루를 버틴 적도 있었다.
"잘하고 있어", "역시 너답다", "너 아니면 안 됐을 거야." 이런 말들은 캄캄한 밤길에서 발견한 가로등처럼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꽤 오랫동안 그 불빛만 보고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방향을 확인하려고 힐끗 바라본 타인의 반응이 어느새 삶 전체를 움직이는 기준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를 살피느라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자꾸 놓쳐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찾아왔다. 남들은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나는 어디쯤 와 있는지도 모르겠는 상태에 도달했다. 분명 앞으로 달려왔는데 마음은 길을 잃은 사람처럼 흔들렸다.
인정 욕구는 꽤 영리하다. 어떻게 행동해야 사랑받는지, 어떤 모습을 보여야 박수를 받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길로 가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이 선택을 하면 인정받을 수 있어." 이런 속삭임은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래서 나는 내 감정보다 타인의 반응을 먼저 확인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숫자를 다루던 시절의 나는 더 그랬다. 분석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상사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마다 안도했다. 성취감이라기보다 "오늘도 문제없이 넘어갔다"는 안도에 가까웠다. 나는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확인 절차랄까.
중독적이었다. 더 인정받고 싶어서 더 빨리 움직였고, 더 완벽하려 애썼다. 그러다 후배가 농담인 듯 던진 한마디에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살아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온화와 자비의 상징이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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