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건 너무 많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창작자가 갖춰야 할 것

byItz토퍼
※ 이 글은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접하고 생각해 온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ItzTOPHER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따라서 하나의 정답이라기보다는, 창작과 AI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 중 하나로 편하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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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사진 기술의 탄생과 그로 인해 화가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02화 그래도, 인간은 창작한다 [1부]


사진 기술이 발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의 화가들 사이에서는 회화가 끝났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인물이든 풍경이든 셔터 한 번이면 현실을 완벽하게 옮겨 담을 수 있는 기술이 탄생했으니, 붓을 들고 손으로 현실을 흉내 내던 오랜 기술은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작 일어난 일은 회화의 소멸이 아니라 회화의 '재발명'이었다.


사진이 ‘있는 그대로 옮기는’ 일을 대신 맡아주자, 화가들은 역설적으로 사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빛의 순간적인 인상, 형태의 해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구조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인상주의도, 그 뒤를 이은 여러 갈래의 현대미술도 어떤 의미에서는 사진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면서 강제된 재배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창작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다.


“AI로 그림을 그렸다.”

“AI로 글을 썼다.”

이 사실 자체는 머지않아 정보값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현재 AI는 전기나 인터넷처럼 빠르게 상품화되고 있다. 어떤 모델을 쓰든,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 자체는 곧 몇만 원의 구독료만으로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심지어 무료 모델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AI를 쓰느냐, 쓰지 않느냐’로 창작자를 가르는 시대는 생각보다 짧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렇다고 아무런 차이가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격차는 다른 곳에서 벌어진다.


도구가 쉬워지는 순간, 선택은 도구를 다루는 손에서 도구가 쏟아내는 결과물을 걸러내는 눈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림 한 장을 완성하는 데 수십 시간의 노동이 필요했고, 그 노동량 자체가 자연스러운 필터 역할을 했다. 아무나 함부로 백 장을 그려 볼 수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프롬프트 하나로 몇 초 만에 수백 장을 뽑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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