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인간은 창작한다 [2부]

실행 노트 시리즈: 작가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다섯 가지

byItz토퍼
AI와 단계별로 '협업'하는 방법

"작가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창작의 어느 순간에 AI를 불러오고 어디까지 일을 맡길 것인가이다. AI는 재료를 찾고 가능성을 넓히며 약점을 찾아주는 꽤 괜찮은 협업자이자 첫 독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를 쓸지, 어떤 문장을 지킬지는 작가가 결정해야 한다. AI는 창작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곁에서 생각을 터주는 협업자다."

by ChatGPT


글을 쓸 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출판사 편집자가 옆집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디어가 막힐 때 문을 두드려 물어볼 수 있고, 초고를 쓰자마자 가장 먼저 보여줄 수 있고, 이 장면이 이상한 건 아닌지 그 자리에서 확인받을 수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부디 그런 마음으로 읽어주었으면 한다.

특히 AI라면 '겉으로' 펄쩍 뛰는 시늉을 하는 사람들.




일단 이것부터 반드시 짚고 가도록 하자. 작가가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어쩌면 그 질문은 이미 조금 낡았다. 마치 노트북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다시 타자기를 펼칠 것인가를 묻는 일과 비슷하다.


AI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과거의 창작 환경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일을 AI에게 맡긴다고 해서 더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작가가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다른 데 있다.


창작의 어느 순간에 AI를 불러올 것인가, 그리고 그 순간에 AI에게 어디까지 일을 맡길 것인가. 모든 일을 잘한다고 해서 모든 일을 맡겨도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삶의 여러 영역에서, 잘하는 것과 모든 것을 맡겨도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경험해 왔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를 넓히는 때와 이야기의 뼈대를 세우는 때, 실제로 문장을 쓰는 때와 다 쓴 글을 다시 들여다보는 때는 서로 다른 시간이다. 그렇다면 그때마다 AI를 대하는 방법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처음 이야기를 생각할 때는 AI를 꽤 마음껏 불러도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예전 같으면 도서관 서고를 뒤지고 며칠씩 확인했을 정보들, 이를테면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그 시대에는 무엇을 먹고 어떤 물건을 썼는지 같은 것들을 AI는 순식간에 여러 갈래로 펼쳐 보여준다.


인물의 동기를 열 가지로 나눠달라고 할 수도 있고, 같은 사건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여러 방향으로 뻗어볼 수도 있다.


이때 AI가 유용한 이유는 정답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나 혼자였다면 미처 떠올리지 못했을 가능성을 눈앞에 가져다 놓기 때문이다. 아직 작품의 목소리가 만들어지기 전이니, 이 단계에서는 마음 편히 AI를 부려도 된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열 가지를 보여주었다고 그중 하나가 정답인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열거할 뿐이다.


오히려 왜 이 이야기에는 마음이 가고 저 이야기에는 가지 않는지를 스스로 물어보는 사이에,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씩 해상도를 높여간다. 혼자 서재에서 생각하다가 문득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묻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그 상대가 꽤 똑똑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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