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향수가 오늘을 위로하고 나답게 만드는 순간
빗각으로 만난 기억
나는 두 개의 손을 가진 기억이다.
한 손으로는 사실을,
또 다른 한 손으로는 감정을 거머쥔다.
사람들은 나를 사실들로 가득한 창고쯤으로 여기지만, 실은 나는 불려 나올 때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로 모습을 드러내는 서사에 가깝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그리워 부를 때, 먼저 내미는 손은 사실을 쥔 쪽이 아니다.
깊은 내면에서 언제나 조용한 호수처럼 일렁이다가, 열린 수문을 지나 천천히 흘러나오는 모습. 그것은 감정을 쥔 손이다.
그 손끝에서 나는 어느 날은 기쁨으로, 어느 날은 후회로, 또 어느 날은 아픔으로 흘러나온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때면, 누군가 나를 불러 그때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할 때면, 나는 유독 ‘그리움’이라는 모습으로 그들의 마음을 적셔준다.
사람들의 메마른 마음이 흘러나온 나를 통해 적셔지는 순간, 어떤 이는 그것을 향수라 부르고, 또 어떤 이는 노스탤지어라 부른다.
‘향수’라 말할 때면 지나간 시절의 이슬이 내리고, ‘노스탤지어’라는 음절을 읊조릴 때면 어딘가 더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파동이 인다고들 한다.
그건 아마 내가 단순히 지난 시간을 되짚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공기와 햇살, 그리고 그때의 나와 그들을 향해 아련하고 달콤한 그리움까지 함께 실어 보내기 때문일 테다.
인지의 서사인 나와, 순전한 감정인 그리움. 둘을 얼핏 바라보면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란히 놓고 빗각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하나가 다른 하나를 조용히 어루만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움은 '나'라는 오래된 원고 위에 지우개 대신 부드러운 손끝을 얹는 편집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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