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속 노이즈 캔슬링

쉽게 잘라내고 단정 짓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관계를 이어가는 법

byItz토퍼

[이전 글] 그 단어, 정말 당신이 고른 겁니까?

by ChatGPT

이제야 시작한 걸음마, 그리고 이제부터는 걸음조차 어눌해진 노인.


그런데 왜 한결같이 그들은 한 번 손에 쥔 그 존재를 놓지 못할까. 세대의 경계를 이렇게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가 과거에도 있었을까?


비록 스마트폰이 세대 간의 간격까지 좁혀주지는 못했지만, 세대를 가리지 않는 일상의 일부가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스마트폰은 서로 다른 세대가 하나의 일상을 공유하게 만든 보기 드문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같은 것을 손에 쥐고 같은 화면을 바라보는 동안,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도 조금씩 그 시대의 흔적이 남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과 표현만으로도 한 사람이 어떤 시대적 감각을 품고 살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뿐만 아니다. 글쓰기 플랫폼이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읽다 보면, 글쓴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즐겨 쓰는 단어, 무심코 건네는 표현 속에서 그가 살아온 시대의 분위기와 뉘앙스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최근 글을 쓰면서 유독 자주 마주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재단하다’라는 말이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혹은 어디선가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주로 ‘판단’이라든가 ‘편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요즘 글을 읽거나 사람들의 대화를 접하다 보면 ‘재단하다’라는 말을 꽤 자주 발견하게 된다. 나 역시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 표현을 간혹 사용하고 있다.


사실 언어는 어떤 행위나 현상이 일상에 먼저 뿌리내린 뒤에야 비로소 만들어지고 쓰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재단하다’라는 단어가 요즘 자주 소환된다는 것은, 누군가를 성급하게 잘라내고 단정 짓는 태도가 이미 우리 삶 속에 일찍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득 이 단어를 우리가 정말 그 의미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재단하다'는 단순한 판단이나 편견보다 훨씬 강한, 조금은 소름이 돋는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어는 한자어라, 글자만 봐도 그 뜻을 알 수 있다. 재단(裁斷)은 '마를 재(裁)'와 '끊을 단(斷)'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글자 모두 '자르다'라는 물리적 의미와 '판단하다'라는 추상적 의미를 함께 지닌다.


'裁'는 옷감을 마름질한다는 뜻과 더불어 재판(裁判)·재결(裁決)에서처럼 옳고 그름을 가려 결정한다는 뜻을, '斷'은 물리적으로 끊어낸다는 뜻과 더불어 단정(斷定)·판단(判斷)에서처럼 무언가를 명확히 결론짓는다는 뜻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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