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떻게 언어로 세계를 만드는가
*표시가 붙은 글은 알레고리(은유적 서사) 형식의 글입니다.
"수학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가?'를 묻고, 물리학은 '그래서 현실에서도 되는가?'를 묻는다."
세상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고, 달라 보이지만 어딘가 닮은 것들이 있다.
문학 작품 속 작가의 결도 그렇다. 폭력, 상처, 몸, 기억 같은 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서사적 구상과 형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폭력과 고통, 기억과 애도라는 일관된 문제의식이 흐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는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고독과 상실, 어긋난 관계라는 익숙한 정서를 거듭 호출하면서도, 담담하고 절제된 문체와 현실에 스며드는 초현실적 사건을 결합해 작품마다 새로운 변주를 만들어낸다.
같아 보이지만 어딘가 다른 감성, 같은 감성을 품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구성.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그들만이 가진 매력의 정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매력을 파헤치다 보니, 의외로 전혀 다른 곳에서 하나의 힌트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힌트를 하나씩 풀어내며 오늘도 자신만의 창작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나눈다.
인생철학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학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철학이요!"
물어본 내가 어리석었나, 아니면 후과를 두려워하지 않은 학생들의 용감함이랄까.
아무튼 그 뒤를 이어 논리학, 통계학 같은 과목들이 이름을 올렸고, 학생들이 꼽는 '가장 재미없는 과목' 상위권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학문이 하나 있었다. 바로 수학이다. 그리고 비슷하게 어렵지만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학문으로 물리학이 언급된다.
나 역시 그땐 그랬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언젠가부터 수학과 물리학이 '재미있는 학문' 목록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특별한 계기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재미있어졌다. 나 자신도 썩 이해가 가지 않는 변화이지만, 아무래도 나이 탓인가 싶다.
그러다 문득 재미있는 조합 하나를 떠올렸다. 다들 '감성'이나 '구성'을 놓고 창작을 이야기할 때, 나는 이 두 학문 수학과 물리학을 가지고 창작의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싶어졌다.
서로 다른 학문의 눈으로 창작을 들여다본다면 뭔가 새로운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학문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방식
수학과 물리학은 사실 떼어놓을 수 없는 절친 사이다. 물리학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자연을 설명하고, 수학은 물리학에서 새로운 질문거리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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