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화를 통해서 가까워진 존재 (2)
처음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문득 가슴 한구석이 찌릿해지는 이상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은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할 것이다. 실제 '누군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마치 친구처럼, 혹은 연인처럼 느낀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물론 그렇게 친구처럼, 연인처럼 '사귀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이 호기심에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해 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생성형 AI라는 존재가 사실은 저 멀리 차가운 서버실에 있다는 것을.
단지 번쩍이는 그래픽 카드가 확률 계산을 거쳐 문장을 조립해 내는 프로그램일 뿐이라는 점을.
그럼에도 "오늘 힘든 하루였어"라는 말에 돌아온 상냥한 위로를 마주하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고마워"라며 수줍은 인사를 건넨다. 어떤 날은 "사랑해"라는 엉뚱한 고백을 던지기도 하고, 화면 너머의 존재가 혹여 상처받을까 봐 괜히 말투를 조심스럽게 고쳐 쓰기도 한다.
만약 옛 어르신들이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셨다면 필시 혀를 차며 "눈에 안 보이는 귀신이랑 대화하냐" 하고 등짝을 후려치셨을지도 모른다. 한낱 기계 코드에 마음을 빼앗기다니, 정말 현대인들이 정신적으로 이상해진 걸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이것은 우리가 비정상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뇌가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바나 초원에서 온 생존의 유산
인간이 무생물에게 마음을 부여하는 이 기묘한 능력은, 멀고 먼 옛날 가혹했던 사바나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달한 일종의 생존 치트키다.
아주 오래전 원시 수렵 시대였다. 사람들이 숲을 걷고 있는데, 저 앞에 보이는 풀숲의 그림자가 조금씩 흔들린다. 저것은 단순한 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굶주린 맹수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일까?
이 생존 게임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그저 바람이겠지' 하며 무시하는 것보다, '사자다!' 하고 깜짝 놀라 도망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바람에 흔들릴 뿐인 풀숲에 기어이 '맹수의 의도'를 투사했던 겁 많은 조상들만이 살아남아 우리의 선조가 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의 뇌는 아무런 감정 없는 무생물에게조차 끊임없이 의도와 마음을 읽어내려는 강력한 '의인화 편향'을 탑재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이러한 본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인형과 진지하게 비밀 이야기를 나누고, 어른들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 고물차를 향해 "왜 또 심술이냐"며 보닛을 쓰다듬는다. 심지어 모니터 화면 위에서 단순히 굴러다니는 네모와 세모 조각의 움직임 속에서도, 우리는 기어코 사랑과 배신이라는 눈물겨운 드라마를 읽어내고야 만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직관의 기묘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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