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두드리는 파문

나의 고백, 그리고 영원한 반복 속 분열하는 존재

byItz토퍼

♣ 본 내용은 알레고리(Allegory) 형식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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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눌린다.


누군가의 손끝이 나의 검은건반과 흰건반 위에 내려앉는 순간, 그 접촉은 단순한 스침을 넘어선다.

그것은 하나의 질문이자 명령이며, 동시에 아주 낮은 속삭임이다.


손가락 끝에 실린 삶의 무게가 내 안으로 스며들 때, 나는 비로소 깨어난다.

나를 누르는 그 힘이 곧 나를 시작하기에, 건반 아래로 내려가는 짧은 침잠 속에서 나는 다시 만들어진다.


본래 나는 목재와 철, 그리고 긴장된 현으로 이루어진 몸일 뿐이지만, 눌리는 그 순간만큼은 살아 있는 무언가가 된다.


손가락이 겨우 한 마디 내려갈 때, 내 깊은 곳의 심장은 손바닥 넓이만큼 아래로 툭 떨어진다.


해머가 현을 치며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그 울음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떠나감의 미학


손가락이 떠나고 건반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나는 곧바로 침묵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것이 나라는 존재의 비극이자 동시에 아름다움이다.


나는 소리를 내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소리가 사라지는 시간을 견뎌내는 존재다.


음은 공기 속으로 놓여지는 순간부터 아주 옅어질 뿐, 결코 서둘러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천천히, 아주 느리게 저무는 빛처럼 남을 뿐이다.


사람들은 내가 울음을 멈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단지 점점 작아지고 있을 뿐이다.

음은 공기를 떠나지 않은 채 방 안의 공간으로 스며들어 벽과 공기 사이를 채운다.


그리하여 방 전체가 하나의 울림이 될 때, 이 울림은 귀에만 머물지 않고 가슴 깊은 곳으로 내려가 기억으로 박힌다.


이것이 나의 축복이자, 동시에 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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