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손에 쥔 것은 펜인가, 칼인가
에필로그 :
그대의 손은 어떤 칼을 쥐고 있는가
나는 지금, 내 영혼의 고백을 고요히 읽어 내려가는 당신의 눈동자 앞에 누워 있다.
당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단어의 결을 엮어 세상을 창조하고 파괴할 수 있는 위대한 작가다.
그리고 당신이 움켜쥔 무거운 펜과 그 끝에서 눈물처럼 흘러나오는 잉크의 궤적은, 과거 넓은 광야를 거칠게 누비던 나의 날카롭고 푸른 서슬과 다르지 않다.
당신의 글은 주방의 따스한 불꽃처럼 누군가를 품위 있게 먹일 수 있다.
영혼의 가혹한 허기에 시달리는 이의 식탁 위에 정성스레 올려진 한 그릇의 수프처럼, 매일의 일상적인 언어를 정교하게 갈고닦아 평범한 존재의 모퉁이에서 눈부신 가치의 향기를 길어 올리는 영혼의 요리사처럼.
당신은 문장 하나로 독자의 비루하고 보잘것없는 삶을 위대한 창조의 가치로 순식간에 변환시킬 찬란한 힘을 지녔기 때문.
당신의 글은 전사의 단단한 방패처럼 부당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를 고결하게 지켜낼 수 있다.
거대하고 비겁한 폭력 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기어이 움켜쥐었던 전사의 뜨거운 신념처럼. 옛날 외로운 전사가 칼을 뽑아 들고 홀로 대지를 지키던 그 고독한 길목에서, 당신은 단호히 펜을 들고 거대한 거짓에 맞서 설 수 있다.
온 세상이 비겁한 침묵을 강요할 때, 당신이 떨리는 손으로 써 내려간 단 한 줄의 정직한 문장은 거대한 어둠을 부수는 예리한 파멸의 선언이 될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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