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외양의 비수 (匕首)
무해한 외양의 비수 (匕首)
[1] 칼의 우회적 고백이 드러내는 진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손에 쥔 것의 무게를 망각한 채 살아간다.
그것이
손끝에 닿는 한 줌의 재화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이든,
혹은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한 자루의 펜이든.
어느 날 해질 무렵, 운전을 하던 중 앞서가던 오토바이 뒤편에서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댔던 기억이 있다. 텅 빈 옆 차선이 있었음에도, 오토바이는 갈지자로 위태롭게 흔들리며 좀처럼 길을 내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아보려 했으나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답답한 시간이 길어지자 짜증이 차올랐다. 결국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아 그의 뒤편에 바짝 다가섰고, 끝내 조급한 손끝으로 육중한 소음을 사정없이 내리누르고 말았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와 시동을 끄는 순간, 얼음장 같은 자각이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불 꺼진 어둠보다 더 짙은 그림자가 내 마음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일상의 편리한 이동 수단일 뿐이었던 자동차가, 바람막이 하나 없이 도로 위를 구르던 오토바이 위의 사내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가공할 무기로 변했다. 나는 단순히 경적을 울린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문명의 육중한 질량으로 타인의 연약한 숨결을 겨누며 비켜서라 겁박한 셈이었다.
왜 그랬을까?
정말 그런 무자비한 마음이 내 속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일까.
일상 중 흔히 일어나는 단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심히 묻어두기엔, 이 사소한 오점 속에 담긴 진실이 너무나 뼈아팠다.
우리는 자신이 움켜쥐고 있는 것의 무게를 이토록 쉽게 잊는다. 나는 그 엄연한 진실을 망각하고, 그것으로 타인을 위협했다. 내가 쥔 것이 어떤 파괴적인 힘을 숨기고 있는지, 무지한 손아귀의 힘이 타인의 영혼을 어떻게 으스러뜨릴 수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일상의 흔한 일일 뿐'이라는 합리화가 정당성을 외치고 있다.
이러한 왜곡은 삶의 더 역설적인 영역에서 비극적으로 드러난다.
생명을 기르고 꽃 피워야 할 숭고한 '사랑'마저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
본래 사랑은 타인을 가두거나 해치기 위해 태어난 온기가 아니다. 그러나 소유와 집착이라는 눈먼 욕망의 서슬이 깃드는 순간, 사랑은 마침내 그 대상의 목을 서서히 옥죄고 기어이 존재를 파멸로 이끄는 가장 잔혹한 흉기가 될 수 있다.
지키기 위해 쥔 것이 결국 베어내는 칼로 화(化)하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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