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사랑일까, 사랑에 눈이 먼 것일까
누군가를 사랑하면,
눈먼 사랑이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이
나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일까.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오만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상담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오만 교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말게나.”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낮춘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문득 홍콩의 무더운 밤공기가 창문 너머로 스며들 때면, 나는 그 질문의 시작점이 되었던 그날의 교정을 떠올리곤 한다.
그날, 강의를 마치고 나온 교정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그리고 강의실 앞마당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한 곳을 향해 고정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모두의 숨소리마저 삼켜버린 듯한 정적 속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들었을 때, 내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던 강의실 옥상. 그 아슬아슬한 난간 끝에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역광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고 실루엣만 희미하게 드러났지만,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대."
"도대체 누구 때문에 저러는 거야?"
정적을 깨고 수군거림이 교정을 뒤덮었다. 친구들과 교수들이 메가폰을 잡고 몇 시간째 애타게 설득했고, 마침내 한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갔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국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옥상에서 내려왔다.
교정에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내 두 다리는 떨리고 있었고,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란이 끝난 뒤 며칠 동안, 사람들은 사건의 본질보다는 수박 겉핥기식의 가십을 만들어내는 데 더 열중했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내 이름까지도 거론되었고, 수많은 오해와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이 뒤따랐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거의 던져지지 않았다. 그녀가 왜 그 높은 곳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그 이유를 묻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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