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공감에서 공명으로

낫과 펜, 침묵의 시대를 깨우는 둥첸의 저음

byItz토퍼

이 글은 세 가지 예화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히말라야의 하얀 옷자락이 펼쳐진 해발 3천 미터의 산 중턱, 그곳에 티베트인들이 살고 있다. 그곳에 머물던 어느 날 신기한 소리를 접하게 되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소리였다. 자세히 들어보니 장엄하면서도 그 울림이 마음을 파르르 떨게 할 정도의 긴 소리가 고산의 산자락을 타고 들려왔다.


지인에게 물었더니 ‘둥첸(Dungchen)’이라는, 티베트 사원에서 의식을 위해 사용하는 긴 나팔 소리라고 한다. 길이는 보통 몇 미터에 이르고, 분리해서 보관하거나 여러 사람이 나눠 들고 이동할 정도로 무겁다고 한다. 나중에 실물을 보고는 정말 놀랄 정도였다.


그 악기의 소리는 다른 악기와 어울려 ‘공명(共鳴)’을 담당한다고 하였다. 정말 그 소리만으로도 사람을 경건하게 만드는 묘한 음률이 존재하였다. 세상에 펼쳐지며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전하는 그 소리가 내 사유 속에 깊은 파동으로 남겨졌다.


ChatGPT Image 2026년 5월 22일 오전 06_33_27.png보통 수 킬로미터, 맑고 청명한 날씨엔 8~10Km까지 들릴 정도의 둥첸 / by ChatGPT


우리는 종종 글을 읽다가 “이건 내 이야기 같다”는 순간을 만난다.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낯선 타인의 경험을 읽다가 어딘가 익숙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문장을 통해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이 다시금 고개를 내밀 때가 있다. 우리는 이를 ‘공감’이라고 말한다.


공감은 한 개인의 삶 속에서 나와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과 감정 위에 글을 겹쳐 읽게 만드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좋은 글은 단지 공감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어떤 공감은 우리를 이끌기 위한 손내밈일 뿐, 이제 손을 잡고 더 먼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 짧은 순간 단지 특이한 경험처럼 느껴지고 또 새겨졌지만, 곧 알게 된다. 그 이끎이 우리로 하여금 ‘오늘의 나’라는 울타리를 넘어 삶 전체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는 것을.


마치 저 머나먼 산자락을 흔들던 장엄한 둥첸의 울림이 내 속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들어와서, 나를 ‘이해’라는 작은 방에서 ‘사유의 나라’로 이끌고 가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공명’이라고 말한다.


공감이 “나도 그렇다”는 즉각적인 반응이라면, 공명은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는가”라는 더 깊은 질문을 남긴다. 한쪽은 마음을 붙잡고, 다른 한쪽은 생각을 흔든다. 그리고 사유하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에 새로운 쉼표를 찍게 돕는 것이다.




낫은 원래 밀을 베기 위한 것이었다. 쇠스랑은 마른 건초를 뒤집기 위해 존재했고, 괭이는 겨울잠에 빠져 굳어버린 흙을 깨우기 위해 봄마다 땅속으로 박혀 들어갔다.


중세 농민들은 무기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땅을 갈던 사람들이었다. 저녁이 되면 하늘을 바라보며 내일의 좋은 날씨를 기원했고, 사시사철 언제나 계절의 눈치를 보며 살았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두려워했고 오지 않아도 두려워했다. 하루의 노동 끝에 얻는 것은 겨우 식지 않은 수프 한 그릇과 밀로 만든 빵과 감자 몇 알, 그리고 짚 냄새가 밴 잠자리뿐이었다.


그러나 어떤 시대에는 사람들이 끝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세금은 해마다 늘어났고, 곡식은 사랑하는 아이들의 주린 배가 아닌 영주의 창고로 먼저 들어갔다. 굶주린 아이들의 울음은 길어지다 못해 이제 그 목소리마저 지쳐버렸는데, 성벽 안의 연회는 끝날 줄 몰랐다.


사람들은 자신의 손으로 일군 밀밭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이 왜 굶주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해할 수 없음이 오래 쌓이면서 분노가 된다. 마침내 그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 사람들은 매일 손에 쥐던 도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붙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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