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문장, 닿지 않는 마음
"글을 읽을 때, 우리는 작가의 마음을 읽기를 원한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발행된 글을 읽다 보면 가끔 길을 잃는다.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은 멈추지 않는데,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알 수 없어진다.
문장은 있는데 이야기가 흐르지 않고, 사건은 있는데 마음이 닿지 않는다. 마치 지도는 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여행자처럼, 정보는 충분한데 아무 곳에도 도착하지 못한 느낌. 그냥 길이 있으니까 걷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글이 있으니 읽을 뿐.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Q. 지금 이 분이 쓰고 있는 건, 무엇인가?
처음에는 그게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누가 등장하고, 어떻게 끝나는가. 그래서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사건을 발견하고, 장면을 보이고, 인물들의 움직임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카페 창가에 홀로 앉아 있는 사람, 전화기를 오래 바라보다 결국 누르지 못하는 손, 문을 열고 나가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아는 발걸음. 사건이 살아나면 글이 움직인다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같은 사건인데 어떤 글은 다 읽고 나서도 오래 곁에 남고, 어떤 글은 읽는 순간 이미 지워지기 시작한다. 기억을 지우는 지우개가 달린 것처럼.
같은 이별 장면인데 어떤 글은 읽은 지 몇 달이 지나도 그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어떤 글은 덮자마자 어디에도 흔적이 없다. 같은 결말인데도 어떤 글은 마음 어딘가에 작은 못을 박아 놓고, 어떤 글은 잔상조차 남기지 않는다.
Q.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렇게 의문을 던진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하나의 깨달음이 날 찾아왔다.
글에는 단순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사건은 어디까지나 껍데기이고, 그 안에서 작가가 조용히 건네는 알맹이 생각이 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인간은 왜 끝내 나쁜 선택을 반복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며 살아가는지 같은 것들. 만일 이게 없다면 그냥 ‘이야기’라는 껍데기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는 그냥 속풀이? 아니면, 넋두리?
그렇지는 않다. 문제는 알맹이를 빼먹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떤 작가는 그것을 주인공의 입을 빌려 직접 말한다. 또 어떤 작가는 단 한 번도 그 주제를 입 밖에 꺼내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바카라을 덮는 순간 그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만든다.
후자가 더 오래 기억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 그것이 메시지가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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