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불확실성에 떨고 있는 그대에게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당연하다는 듯 오늘을 설계한다.
“오늘 뭘 해야 하지?
혹시 뭐 잊은 건 없을까?”
하지만 그 견고해 보이던 루틴이라는 설계가 어느 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평생을 수고하던 일에서 손을 놓게 되었다. 그렇다, 은퇴다. 퇴물 아닌 퇴물 취급을 당하는, 묘하고도 모순투성이인 단어.
유능하고 꼭 필요하다고 해서 다른 이들보다 3년을 더 ‘충성(?)’했으나, 그 시간이 지나고 이 단어를 이름표 앞에 달고 나니 결국 퇴물 아닌 퇴물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이름표와 함께 내밀어지는 가격표가 달라졌다. 최고가에서 최저가로, 그것도 별로 찾는 사람이 없는 가격표로.
그뿐이 아니다.
시간표처럼 '정해진 일상'이 아닌, 스스로 '정해야만 하는 일상'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매일 아침의 화두가 ‘잊은 것 없나?’에서 ‘오늘 뭐 하지?’로 바뀌어 버렸다.
Q. 그러면 세 가지 표(이름표, 가격표, 시간표)가 표류하는 일상을 매일 반복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다. 나란 인간은 그렇게 살기를 거부한 지 오래다. 기저귀 떼는 순간부터 ‘나’만의 길을 찾아 줄행랑을 친 인간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 뭐 하지?’라는 질문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가기로 했다.
아, 그런데 예측하지 못한 일이 한 가지 더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바로 ‘예측’이다.
삶의 변화와 함께 ‘예측’이라는 단어는 한결 더 복잡하게 엉켜버렸다. 개인적인 일상의 루틴은 여전하지만, 나를 지탱하던 슬롯적 루틴이 사라지면서 내가 감당해야 할 예측의 범위는 아득해졌다. 내 처지는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그리워하며 존재하지도 않을 카페를 찾아 헤매는 꼴이 되었다.
강의시간표에 맞추어 제자들 대뇌와 소뇌를 어지럽히며 '정해진' 일상을 보낼 때는 어떠했는가?
정해진 시간에 알람이 울리고, 익숙한 길을 운전하며 가속할 때와 멈출 때를 미리 감지하는 것, 계획된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은 나의 삶을 '예측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다 놓으려는 본능적인 일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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