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채집가의 고백(상)

글을 읽는가, 타인의 진심을 채집하는가

byItz토퍼
1a7ae38a-59b0-456a-a680-78984ee6bc65.pngby ChatGPT

Q. 서점엔 독자가 많은가, 작가가 많은가?


한국에 들르게 될 때면 꼭 찾는 곳이 있다.

바로 광화문 교보문고다.


이른 아침,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 바카라들을 둘러보고, 서가 사이의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바카라을 읽는다. 그리고 적어도 바카라 한 권은 구입한 뒤, 아내와 딸 보배단지가 좋아할 만한 물건을 고른다. 그렇게 반나절의 시간을 온전히 그곳에 묻어둔 후에야 자리를 떠난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 서점을 가득 채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과연 ‘작가’는 얼마나 될 것이며, 순수한 ‘독자’는 또 얼마나 될까? 분명 엉뚱한 생각이다. 일일이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그곳에 모인 이들 모두는 바카라을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고, 그들 대부분은 순수한 독자일 거다.


누군가 내게 "교수님은 무얼 전공하셨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잠시 머뭇거릴지도 모른다. 평생을 철학과 심리학이라는 두 갈래의 깊은 심연에 빠져 살아왔지만, 내게는 어떤 학위를 가졌는가 보다 그 학문으로 무엇을 들여다보며 살아왔는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짧은 대답을 건네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속 깊이 숨은 아픔과 상처를 조용히 읽어내고 위로와 치유를 전하는 일, 그리고 우리 슬롯 속에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를 분석하여 그것을 버텨낼 작은 대안을 이끌어내는 일이라고.


그런데 세상의 미세한 기류를 읽어내는 직업적 습관 때문일까. 나는 늘 타인에게는 그저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먼지 같은 일들의 무게를 조용히 가늠해 보는 버릇이 있다. 오늘 꺼내어 놓으려는 이야기 역시 내가 매일 머무는 어느 글쓰기 플랫폼에서 발견한, 아주 미세하지만 묵직한 마음의 기류에 관한 것이다.


이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조금은 낯설게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부정하는 이들도. 다만 이 작은 사유를 나눔으로써, 이미 마음 한구석에 나와 같은 씁쓸함을 품고 있던 이에게는 다정한 위로를, 그리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조용한 성찰의 계기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Q. 글을 읽을 때, 당신도 작가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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