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녀석의 기척
돌고 도는 세상 이야기
먼 옛날,
세상이 아직 숫자로 부를 만들기 전
사람들은 “물”로 삶의 가치를 헤아렸다.
물은 곧 돈이었고,
흐름은 곧 삶이었다.
돌을 쌓는 자, 돌부리
산과 강 사이의 마을 끝자락에
한 사내가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돌부리.
그는 믿었다.
“흐르는 것은 사라지고,
쌓이는 것만이 남는다.”
그리하여 그는 물길을 막았다.
흐르던 강을 돌로 눌러 세웠고,
손으로 흙을 쌓아 길을 끊었다.
물은 그의 댐 안에 갇혔다.
빛을 머금은 채 고요히 머물렀다.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했다.
그의 항아리는 가득했고,
그의 창고는 넘쳤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
고요한 물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흐름을 듣는 자, 유하
강의 하류에는 다른 사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유하.
그는 물을 소유하지 않았다.
대신 물의 “길”을 만들었다.
그는 강에 손을 대며 말했다.
“흐르라. 그러나 흩어지지 말라.”
그리하여 그는 댐을 세웠다.
그러나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그는 물에게 문을 주었다.
열리고 닫히는 수문을 만들었다.
비가 오면 나누어 흐르게 하고,
가뭄이 오면 숨겨두었다가 풀어주었다.
그의 땅은 마르지 않았고,
그의 마을은 떠나지 않았다.
썩어가는 풍요
시간이 흐르자 돌부리의 물은 변했다.
처음엔 맑았다.
그다음엔 무거워지더니
그리고 마지막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기 시작한다.
항아리 안의 물은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가 가장 믿었던 “쌓임”은
조용히 새어 나갔다.
돌부리는 외쳤다.
“나는 잃지 않으려 했을 뿐이야!”
그러나 물은 대답하지 않았다.
흐르지 못한 것은 결국 길을 스스로 만든다.
흐름의 진실
유하는 돌부리를 찾아갔다.
그는 무너진 댐 앞에서 말했다.
“너는 물을 모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가둔 것이야.”
돌부리는 물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했어야 했는가?”
유하는 강을 바라보며 답했다.
“물은 잡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하며 남기는 것이야.”
“돈도 그러하다네.”
물의 계승자들
그 이후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부유함이란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하면서도 유지하는 것임을.
그들은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머무는 물과 흐르는 물을 나누고
필요한 곳과 지나가는 곳을 구분하며
쌓임과 흐름 사이의 균형을 배웠다.
그리고 그때부터
마을은 더 이상 물을
“저장하는 자”로 나뉘지 않았다.
물을 “다스리는 자”와
물을 “막는 자”로 나뉘게 되었다.
마지막 기록
오래된 돌판에 이렇게 새겨졌다.
“물은 쌓이면 죽고,
흐르면 살아난다.”
“재물도 그러하다.”
“흐름을 아는 자는 가난하지 않고,
막는 자는 결국 자신이 만든 벽에 갇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