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구겨진 시험지가 건네는 말
구순을 바라보시는 양어머님이 외출 준비를 위해 화장대 앞에 앉아 계셨다.
“뭐 하세요?”
“간단하게 뭐라도 발라야지.
어떻게 민낯으로 나가니.
남들 눈에 너무 게을러 보이잖아.”
연세를 드셔도 어머님은 아직 ‘그녀’이시다.
"그래요, 어머님.
언제까지나 ‘그녀’로,
오래오래 저희 곁에 머물러 주세요."
민낯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평소처럼 딸 보배단지의 바카라상을 정리해 주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시험지 한 장을 발견한 적이 있다. 삐뚤삐뚤하게 그어진 빨간 펜 자국이 군데군데 찍혀 있었고, 적힌 점수는 아이의 평소 기대보다 훨씬 낮았다.
시험지를 잡은 내 손이 아주 여리게 떨렸다. 단순히 낮은 점수 때문이 아니었다. 내 마음을 흔든 것은 그 시험지가 처해 있는 처량한 상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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