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간 잔을 들고 누리는 평온
"죄송하다"
대체 그 “죄송하다”는 말은 누구를 향한, 무엇에 대한 죄송함이었을까? 침묵 뒤에 숨은 그 무거운 사과가 가리키는 실체는 무엇인가?
지난 하루 동안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얽히고설키며 분노와 안타까움, 그리고 깊은 비애를 남겼다. 잠들기 전까지 마음을 달래 보려 애쓰며 생각을 정리해 봤지만, 결국 침묵은 비겁한 도피일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이 창백한 바탕 위에, 숨겨진 진실만큼이나 어두운 활자들을 하나씩 채워가려 한다.
만약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탱하는 거대한 댐이 있다면.
그 댐은 '정의'라는 이름의 견고한 콘크리트로 지어졌고, 사람들은 그 거대한 벽 아래에서 매일 밤 축배를 들며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그들은 잔에 담긴 물이 어디서 흘러오는지, 그 물을 가두고 있는 벽이 수면 아래에서 얼마나 위태롭게 깎여나가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눈앞의 안온함이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금 간 잔을 들고 위태로운 연회를 이어갈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댐의 가장 깊은 곳을 지탱하던 한 기둥이 돌연 스스로 부서져 내렸다.
슬롯 한쪽에서 '증시 7000'이라는 유례없는 숫자를 향해 환희의 축포를 쏘아 올리려던 바로 그 순간을, 그는 누군가에게 ‘비극의 예고’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일까. 광장의 소음이 아직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던 그 찰나, 그는 댐 안에 고인 물이 더 이상 맑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거대한 균열이 시작되었다고 외치던 파수꾼 중 한 사람이었다.
이 비극적인 '기둥의 선택' 앞에서, 댐을 관리하는 장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닫았다. 동료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던, 그토록 "과묵하고 성실하게 재판하던 판사"가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입을 떼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예의도, 사태에 대한 분노도 찾아볼 수 없다. 화려한 증시 전광판의 불빛 아래에서 그 어떤 비명도 파동도 없는 기이한 정적이 흐를 뿐이다.
오히려 그들은 부서진 기둥이 원래부터 결함을 품고 있었을 뿐이라며, 댐은 여전히 신성하고 견고하다고 강변한다. 법조계라는 견고한 성벽 안에서 벌어진 한 판사의 죽음은, 바로 이 썩어가는 댐의 예고된 붕괴와 지독하게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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