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작 미니시리즈 『연주되는 삶, 빚어지는 사랑』- 제5화
지난 제4화에서 우리는 사랑의 ‘이해 불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음악다방 DJ 박스의 어둠처럼, 다 알 수 없는 상대의 여백이 오히려 우리를 끊임없이 매혹하고 탐구하게 만드는 동력이 됨을 확인했습니다. 완벽하게 해독되지 않는 타인의 내면을 ‘닫히지 않는 괄호’로 남겨두는 법을 이해하며, 우리는 비로소 소유를 넘어선 경외의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이제 이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으며, 우리 생애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사랑의 '완전함'에 대한 오해를 풀면서 시작하도록 할까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사람들은 흔히 ‘완벽한 사랑’이라고 하면 흠 없는 대리석 조각상처럼 매끄럽게 다듬어지고 고정된 상태를 떠올리곤 합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감정의 일치, 갈등이나 권태가 전혀 없는 영원한 뜨거움을 완벽이라 믿기도 합니다.
오래전 일본의 한 신문 기사에서, 결혼 25년 만에 이혼을 선택한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주변에서 ‘잉꼬부부’라 불릴 만큼 단 한 번의 다툼도, 언성을 높인 적도 없이 그렇게 함께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내린 결론은 뜻밖이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 ‘봉사’는 했지만, ‘사랑’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부부로서 가정에 대한 바카라임과 자녀 양육이라는 의무에만 몰두한 채, 정작 서로의 영혼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파동은 외면해 온 것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완벽한 가정의 모습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상에 가까웠고, 갈등조차 생기지 않을 만큼 서로에게 무심했던 ‘정적’의 상태였음을 깨달은 순간, 그들의 관계는 허무하게 풀어지고 말았습니다.
갈등 없는 사랑은 깊이를 잃기 쉽고, 고통이 배제된 사랑은 성장을 품기 어렵습니다. 마치 한 가지 음색으로만 이어지는 단조로운 멜로디가 금세 귀를 지치게 하듯, 결점 없는 사랑은 역설적으로 가장 생명력이 없는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끝없이 직선이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지고, 졸음운전이나 이른바 ‘고속도로 최면’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도로 설계에서는 단조로움을 줄이고 운전자의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완만한 곡선이나 시각적 변화를 주는 장치들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구간마다 적절한 휴식 공간을 마련합니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 놓인 굴곡과 멈춤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것들은 우리를 깨어 있게 하고, 결국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끄는 생명의 장치일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완벽함은 파문 없는 호수 같은 고요함이 아니라, 그 고요를 흔드는 불협화음과 변주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랑하는 관계에서의 불협화음과 변주는 파탄으로 가는 지름길이나 넘어서기 어려운 장애물로만 여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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